'짝퉁'고혈압제 40억원어치 팔려다 들통

2008-03-03     송숙현 기자

'짝퉁 고혈압제' 40억원어치를 유통시키려다 덜미가 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3일 '짝퉁' 고혈압 의약품 수만개를 유통시키려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로 모 제약회사 영업팀장 김모(34)씨와 장모(44.무직)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의약품 제조 허가를 받지 않고 작년에 동작구 대방동의 한 원룸에 공장을 두고 국내 유명 제약업체가 출시한 고혈압 약과 똑같이 생긴 약품 2만개(시가 40억원ㆍ개당 500정)를 포장해 판매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고혈압 치료제가 일회적 사용에 그치는 약품이 아니라 환자들이 상시로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수요가 지속된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 제품의 짝퉁 제조를 작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모조한 고혈압 치료제는 혈압을 낮춰주는 '암로디핀'이 함유돼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한미약품이 2004년 6월께 개량신약개발에 성공해 출시한 것이다.

기존에 수입하던 고혈압제보다 가격이 30%가량 저렴해 환자들에게 호응이 좋아 2007년 30만개(시가 560억원)가 판매됐으며 현재까지 50만명의 고혈압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들로부터 "상표는 우리가 모조했지만 약품은 해외에서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가짜 약의 밀수경위와 유통수법 등을 캐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모조된 약품에는 암로디핀이 정품의 60%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짝퉁인 줄 모른 채 처방에 따라 줄곧 복용하다가는 혈압 관리에 실패해 뇌졸중과 심장질환 등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통되기 직전에 적발해 천만다행"이라며 "위험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살인미수와 성질이 같은 범죄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