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점퍼'> 시작은 장대했지만 끝 마무리는 미약…

2008-03-05     박경영 / 영화리뷰어

본 아이덴티티 와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를 감독하고 얼티메이덤을 제작한 영화 감독 덕 라이먼의 야심작 "점퍼"가 상영된다고 해서 두손 제쳐두고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물론 완전 대박을 낸 트랜스포머의 제작자들이 야심차게 투자했다는 소문도 발걸음을 빠르게 한 요인이었다.

먼저 영화를 보기전에 대형 포스터에 써 있는 점퍼에 대한 규칙들이 눈에 확 띄었다.

점퍼 규칙
1. 점퍼는 그가 예전에 가본 적이 있거나 볼 수 있는 장소만 이동이 가능하다.
2. 점퍼는 땅에 닿지 않고 그 손으로 쥐고 있는 사물과 같이 이동이 가능하다.
3. 점퍼는 그 스스로가 땅에 묻히거나 지면에 고정된 사물에 묶여 있는 경우 점프할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의미인지 종잡을 수 없고 별다른 느낌도 없어 대강 훑어보고 말았다.

그러나 영화 종반에 접어들수록 그 규칙들을 꼼꼼히 읽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 영화의 80%이상이 넘어가도록 이 규칙을 상기하지 않음으로 영화의 많은 재미를 놓쳤다.

영화를 보는데도 사전 준비가 꼼꼼해야 함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때문에 마스터 수준의 점퍼가 위급상황에서 한마디씩 간간히 던져주는 규칙들을 짜깁기 하면서 감상해야 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스타워즈로 일약덤에 오른 캐나다 출신의 영화배우 헤이든 크리스텐슨이었다.

스타워즈와 똑같은 헤어스타일로 옷만 제다이 복장에서 캐주얼로 바꿔 입은 채 데이빗역을 맡았다.


같은 영화에서 제다이 마스터였던 사무엘 L. 잭슨은 팔라딘의 수장역을, 우리에게는 새로운 인물인 레이첼 빌슨이 주인공의 여자친구인 밀리역에 캐스팅됐다.

그리고 점퍼에서는 조연이나 점퍼2의 주인공이 될 마스터 점퍼 그리핀역에는 제이미 벨이 열연했다. 

영화의 시작은 평범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소심한 주인공이 여자친구에게 수줍은 선물을 건네다 물에 빠지면서 점퍼 능력이 각성되는 상황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은 거의 신과 같은 순간이동 방식으로 뉴욕, 도쿄, 로마, 이집트의 스핑크스 등 원하는 곳을 점핑하며 화려한 메트로폴리탄의 삶을 누린다.

눈 깜박할 사이에 전 세계로 이동할 수 있고 많은돈을 손안에 쥘 수도 있다.

그는 8년간의 화려한 점퍼 생활을 마치고 돌아간 고향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밀리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로마의 콜로세움을 구경하다 비밀 단체인 팔라딘과 맞닥뜨린다.

팔라딘은 점퍼를 차단하는 목적을 가진 극악무도한 단체...주인공 데이빗은 팔라딘에게 추적당해 계속 위험한 상황속으로 빠져 들어가면서 서서히 자신의 과거와 가족의 비밀을 알아가게 되는데...


점퍼는 관객들에게 허영심을 부추기는 영화다. 해외라고는 패키지 단체여행 몇번이 전부인 이들에게 전세계로 점핑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로또당첨을 그저 인생의 목표로 해야할 것 같은 절박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점퍼로서 평생 팔라딘과 싸워야하는 운명, 가족들이 그로 인해 희생되거나 헤어져야하는 드라마틱한 삶이 그나마 소시민들에게 포장마차 닭똥집같은 널부러진 위안을 던져준다고나 할까!..

영화는 종반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어설프고 짜증나는 행동으로 답답하다. 못견딜때쯤 헐리웃 영화가 그렇듯 슈퍼영웅의 한방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사실 관객들은 제작진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영화가 끝난 줄 몰랐다.

자막을 보고서야 관객들 입에서 한 마디씩 터져나오는 소리 "끝난거야???".


감독이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에서 작품성과 흥행 모두를 인정받아서인지... 아니면 2편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1편을 에필로그형식을 만든 것인지 ... 너무 점퍼들의 CG에만 신경쓰다 작품내용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던 것인지...

여하튼 4막중 3막에서 끝난 미완성 연극을 보고 난 느낌처럼 end를 인정하기 어렵다.

과연 점퍼2가 나오더라도 관객들이 두손 놓고 영화관을 다시 찾을 것인지 의문이다.

10점 만점에 4점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