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센터 횡포 '손 없는 날' 망쳤다

성수기 '바가지'에 파손· 분실… 정리도 대충대충

2008-03-13     김미경 기자

본격적인 이사철 수요가 몰리면서 이사 업체들의 무성의한 일처리와 '나 몰라라' AS로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본보에 접수된 포장이사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은 지난해 161건, 올 들어서만 60건에 이르고 있다.

귀중한 가재도구들이 파손되거나 분실되고, 차량 크기와 대수는 물론 작업 인원수도 계약과 다른가 하면, 짐 정리를 무성의하게 한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성수기를 빌미로  ‘바가지요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평소보다 5만~10만원 가량 높여 받고 있는 실정이다. ‘손 없는 날(음력 9일 10일 20일 29일 30일)’과 휴일이 겹칠 경우 10만~30만원으로 웃돈이 껑충 뛰기도 한다.  

물품 파손 및 분실에 대한 보상 회피, 약속된 시간에 오지 않거나 계약 불이행 등과  관련한 피해도 빈번하다.

#사례1= 전북 군산의 소비자 송모씨는 지난해 12월 '굿모닝'이라는 이사업체를 통해 포장이사를 했다.

큰 평수에서 작은 평수로 이사해 짐이 많아서 미안한 마음에 짐도 다 풀지도 않고 우리가 하겠다며 직원을 보냈다.

이삿짐을 정리하다보니 옷거리, 액자, 촛대, 침대, 장롱 등이 깨지거나 보이질 않았다.

업체 측에 다른 건 놔두고 깨진 촛대만이라도 구해달라고 했지만 일주일내 해주겠다더니 약속을  한달이 넘도록 지키지 않았다.  

법적인 규정을 알아보니 이사후 한 달 안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계약서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사 당일 돈을 송금하면서 계약서도 버린 상태.

화가 나 업체에 전화로  따지자 ‘직접 촛대를 구입해 금액을 청구하라’고 했다. 며칠 뒤 금액을 알아보고 ‘3만8000원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바로 입금한다더니 또 며칠이 지났다.

전화하면 낼 보내겠다는 똑같은 대답만 되풀이했고, 전화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송씨는 “견적낼 때는 흠집하나라도 나면 배상해줄듯 하더니 돈을 받은후에는 태도가 돌변한다. 한 달이 지나면 법적인 처리가  어려우니까 그걸 노리고 계속 미룬 거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이사하다 파손되면 당연히 보상해드린다. 다시 가서 냉장고도 맞춰드리고 스크래치에 대해 사과드렸다. 촛대는 오래돼 구할 수가 없었다. 오늘 중으로 입금하겠다”고 말했다. 

#사례2= 소비자 신모씨는 2월26일 이사하기로 하고 옐로우캡과 계약을 했다.

이사 당일 오전8시까지 온다던 옐로우캡이 아무런 통보 없이 오질 않아 업체에 연락하니   계속 기다리라는 답변뿐 오질 않았다. 

이사 올 사람들이 도착해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본사에 전화하니 1시까지는 보내주겠다고 했다. 확실하냐고 재차 물으니 확인해서 연락 준다더니 또 감감무소식이었다.

할 수 없이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고 오후 2시가 돼서야 이사를 시작했다.  

이사 오는 집의  이사짐 업체가 지연보상금 50만원(다음 계약 취소에 따른 보상비)을 요구해  옐로우캡에서 다음날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5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다음날 옐로우캡 측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입금을 하지 않아 신씨의 속을 태웠다.

#사례3= 서울 노원에 사는 소비자 김모씨는 이삿짐업체를 통해 견적을 받았다. 이사 비용이 157만원으로 다른 곳보다 20만~30만원 정도 비쌌지만 큰소리 땅땅치는 직원 말만 믿고 계약을 했다.

그런데 막상 이사를 하고보니 대리석테이블 여러 군데에 금이 가 갈라져 있었다. 시가 140만원 상당의 가구였다. 자세히 보니 대리석 안쪽에서부터 결대로 금이 가 있었다. 이사하고 이튿날 발견해 잔금도 모두 치룬 상태였지만 김씨가 항의하자 업체측은  ‘조심해서 운반 했다’며 발뺌 했다.

며칠 실랑이 끝에 업체 관계자가  집으로 찾아오더니 그때서야 “처리해주겠다. 곧 구정이니 연휴 끝나고 물건을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속한 날짜가 며칠이  지나도 전화 한 통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김씨가 다시 전화하니 “죄송하다.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그랬다”며 의례적인 말을 늘어놓았다.

김씨는 “이사비용이 좀 비싸면 나을까 싶었는데 너무 실망이다. 전화를 수십 통 했고 화도 냈다. 처음엔 계속 발뺌하더니 보상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전화한 다음날 물건은 가져갔다. 회사측에서는 깨끗한 상태로 해서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고객이 피해 본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처리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11일 방문해서 크랙에 대해 확인하고 다음날 물건을 회수해갔다. 원석의 도매가 40만원을 대리석업체에 모두 지불했고, 물건은 3월4일날 가져다드렸다. 소비자하고 합의해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사례4= 소비자 이모씨는 2월29일 이사하기로 하고 한화익스프레스와 계약을 맺었다.

이사당일 약속된 시간이 넘어도 오질 않았다. 어렵게 연락이 되면 다른 핑계를 대며 늦는다고만 했다. 

약속된 시간을 훌쩍 넘겨 이삿짐 차가 왔지만 원래 계약했던 작업인원 4명도 다 오지를 않고 단 2명만 왔다. 이씨가  업체에 계속 전화를 했지만 불통이었다.  할 수 없이 이삿짐차와 업체 직원을 돌려보냈다. 

다른 업체를 통해 오후 늦게 이사하는 바람에 이사비용도 더 들고 출근도 하지 못했다.

이씨는 “보증금을 받기 위해 아침 일찍 이삿짐을 빼려고 했는데 보증금을 못 빼서 카드빚까지 썼다.그날  정신적, 육체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