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나왔어요'사기…소비자 '경계령'
공기업직원 사칭 보일러·비데·렌지후드 교체'폭리'
공기업 직원등을 사칭해 가정용 기기들을 점검해 준다며 바가지를 씌우는 ‘점검’ 사기가 보일러, 비데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더욱 교묘해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은 “도시 가스 점검을 나왔다”며 소비자에게 접근해 렌즈후드필터를 교체한뒤 수십 배의 부당 이득을 챙기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그러나 최근 '점검 사기'가 보일러, 비데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일러 사기의 경우 ‘도시에너지관리’ 여직원이라며 공단에서 나온 것처럼 위장해 멀쩡한 보일러를 고장 난 보일러로 둔갑시켜 단순 작업을 해주고 ‘바가지’ 요금을 챙겼다.
입주 초기 혼란을 틈타 ‘비데 사후서비스’를 해주겠다며 관리사무소 직원인 양 와서는 소비자의 동의 없이 비데필터를 설치하고 비용을 청구하기도 했다.
#사례1= ‘도시에너지xx’라는 글씨가 써져 있는 점퍼를 입은 여자가 보일러 점검을 한다길래 소비자 박모씨는 별 의심치 않고 문을 열어줬다.
여직원은 보일러 배관을 손으로 툭툭 치더니 “에어가 많이 차고 배관 안쪽이 많이 녹슬었다. 지금 밖에 점검하는 전문가분이 있으니 빨리 수선하라”고 말했다.
박씨가 계속 망설이자 잠시 후 남자직원이 직접 들어와 수리할 부분에 대해 설명해줬다.
“에어 빼는데 3만원, 녹슨 배관 제거 및 녹슬지 않게 하는 유액 한통에 5만원씩 2통 10만원, 자동에어벤트 교체 3만원, 보일러 분배기 교체 20만원”이라며 총 46만원이 든다고 했다.
박씨가 돈이 없다고 하자 “시급히 해야 할 에어 빼기 (3만원), 배관 제거 및 유액 (10만원), 자동에어벤트교체 (3만원) 라도 하라. 총 16만원만이라”고 권유했다.
그래도 돈이 없다고 하자 가격을 더 낮춰주며 꼭 해야한다며 다그쳤다.
직원의 설명을 듣던 할머니가 “큰 고장인거 같은데 병원 갈 때 쓰려고 둔 6만원이 있다”고 말해 에어와 에어벤트 교체 작업만 하기로 했다.
그런데 고작 하는 거라곤 수도에 호스를 연결해 보일러에 물을 넣은 단순한 작업뿐. 아래 배관으로 나오는 물을 보고 녹슨 물이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지만 그냥 살짝 탁한 정도였다.
에어벤트 상단에 뚜껑이 없는 걸 에어벤트 고장이라며 플라스틱으로 된 작은 뚜껑이 있는 제품으로 교체해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인터넷으로 ‘보일러 점검 사기’를 검색하니 똑같은 사례로 당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자격증을 보여 달라고 하니 직원들은 “안산시에서 허가해줘서 합법적으로 하고 있으며, 우리를 따라하는 사기꾼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한 느낌이 들어 안산시청에 문의해보니 ‘도시에너지XX’라는 곳은 방문판매 등록 업체였을 뿐이었다.
“요즘 에어빼기 작업은 자동으로 되고 에어벤트도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보일러 기사의 말까지 들으니 더욱 기가 찼다.
박씨는 “멀쩡한 보일러를 고장난 것처럼 속여 철물점에서 5000원하는 제품을 3만원에 팔고,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을 3만원이나 받을 수 있냐”며 분개했다.
이어 “‘도시에너지XX’라고 새겨진 점퍼를 입고 명함도 제시하길래 ‘도시에너지관리공단’에서 나온 줄 알았다. 더 이상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제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례2= 새 아파트에 입주한 양모씨는 입주 다음날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찾아와 ‘비데 사후서비스’를 해주겠다고 했다.
새 아파트라 관리사무소 직원이 하자보수 등 여러 건으로 다녀갔기에 별 의심치 않았다.
비데필터설치라면서 뭔가를 하던 직원은 “녹물이 많아 한달 후 바꿔야 한다. 비데필터는 관리해줘야하며, 입주자를 위해 공동구매 할인해서 15만원 짜리를 10만9000원에 준다. 다들 구매했다”고 말했다.
비데를 사용해 본 적이 없어 잘 몰랐던 양씨는 많은 사람들이 계약한 종이까지 보여주길래 별 의심치 않고 돈을 송금해 줬다.
그런데 집주인이 비데를 가져간다고 해서 업체에 전화해 환불해달라고 하니 이미 설치해서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비데 사후서비스라고 하지 않았냐고 따지니 “미리 통지하지 않고 설치한 건 잘못이지만 이미 구매하겠다며 돈을 보냈으니 이젠 양씨 잘못이다. 3만5000원이라도 받든지 알아서하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설치당시 인터넷이 연결 안 돼 확인을 못해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원성이 자자한 회사였다.
양씨는 “사후서비스라고 속이고 동의도 없이 제품을 설치했다. 입주초기 혼란을 틈타 관리사무소 직원처럼 행세하며 사기를 치고 폭리를 취하는 회사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례3= 소비자 안모씨의 어머니는 ‘도시에너지XX’ 여직원이 가스점검을 나왔다며 보일러를 보여달라길래 늘 나오는 도시가스공단인 줄 알고 점검을 받았다.
“보일러에 물이 새니 수리를 해야 한다. 잘 아는 기술자를 소개시켜주겠다”는 여직원의 말에 배관청소료 3만원, 자동에어밴트 3만원, 약품값 8만원을 포함해 총 26만원을 들여 수리를 했다.
어머니의 얘기를 전해들은 안씨가 좀 수상쩍어 잘 아는 보일러 기사에게 수리 내역을 보여주니 “15만원이면 될 걸 바가지를 썼다”고 했다.
“배관청소는 자동으로 되고, 자동에어밴트 교체비용은 만원. 약품을 넣으면 보일러 고장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절대 약품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어 ‘도시에너지XX’에 전화해 따졌더니 직원은 “첨부터 도시에너지XX라고 말하고 검침 했다. 또 수리가 필요하다는 점검원의 판단에 따라 수리를 한 것”이라며 뻔뻔하게 말했다.
안씨는 “이건 도시가스공단 소속 여직원들이 검침을 다니는 걸 악용한 수작이다. 회사이름도 얼핏 들으면 도시가스공단 같고. 나이든 어머니들이 속기엔 딱 좋게 만들어 놨다”며 분통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