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대일 적자 대책 '흘러간 60-70년대 노래'

2008-03-24     뉴스관리자
정부가 "대일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기술이전 등 기술협력의 확대와 일본 부품.소재기업의 국내 투자확대를 추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를 보기 힘든 시장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은 물가대책에 이어 이 역시 지난 수십 년간의 끈질긴 요구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방안인데다 낮은 원화가치에 기반한 정부의 수출촉진책과 대일 무역구조로 인해 오히려 대일 적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기술이전.투자확대 '대답없는 메아리'
   24일 지식경제부 등 경제부처들에 따르면 정부는 대일적자 축소를 위한 근본대책에 대한 이 대통령의 주문과 대통령의 일본 방문, 무역적자 심화 등을 계기로 국내 대책과 일본에 요구할 방안 등 대일 적자 축소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 대통령이 지경부 업무보고에서 대일적자의 근본원인으로 지적한 부품.소재분야의 적자 축소방안으로 일본기업들의 기술이전 등 기술협력 확대와 일본기업들의 국내투자 확대를 꼽고 대통령 방일기간 이를 일본 측에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측도 투자환경 개선 등을 통해 일본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겠지만 일본 측의 '성의'도 있어야 추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협력의 큰 진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일본에 중점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이미 196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것들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기술이전 문제는 과거 FTA협상을 비롯해 여러 경로를 통해 이뤄져 왔지만 일본 측이 자국 경쟁력의 밑바탕인 부품.소재분야 기술이전 자체를 꺼리는데다 정부간 협상에서도 '상업 베이스인 기업기술의 이전을 정부가 촉진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던 부분"이라며 실효성을 낮게 평가했다.

   일본기업들의 국내투자 확대도 대일 적자 해소책으로 기대할 부분이 많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일본기업들의 국내투자 실적(신고기준)이 2005년 18억8천만 달러에서 2006년 21억 달러로 소폭 늘어난 뒤 지난해에는 9억9천만 달러로 급감했다.

   한국이 일본 기업들에게 그리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니라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일본 부품.소재기업의 투자중 최대 규모로 대일 부품.소재 적자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삼성전자와 소니의 합작사 S-LCD가 출범한 지 4년 만에 소니가 10세대 LCD 주합작선을 자국업체 샤프로 결정하면서 이런 기대가 크게 낮아진 점도 투자유치 역시 '반짝효과'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다.

  
   ◇ 수출 드라이브, 오히려 대일적자 늘려
   설사 기술이전과 일본기업 투자유치를 통한 대일적자 축소방안이 효과를 보더라도 원화 가치의 약세를 바탕으로 '수출을 통한 성장'에 정책의 방점을 찍은 정부의 정책기조가 대일적자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장비와 핵심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 수출을 늘리면 대일 수입이 더 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구조란 이야기다.

   지난 수년간 부진한 내수를 대신해 호조를 보인 수출이 경제를 이끌면서 한국이 장기간의 대규모 무역흑자에 도취한 사이 지난 2000년 113억6천만 달러였던 대일 무역적자가 작년 298억8천만 달러로 163%나 급증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산업연구원(KIET) 자료에 따르면 1990∼2006년 대일 적자와 대세계 수출규모의 상관계수는 0.875, 1998∼2006년만 따져보면 0.930이었다. 상관계수가 1이면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임을 뜻하는 것인 만큼, 수출 드라이브가 대일 적자를 더 늘릴 가능성이 극히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KIET 관계자는 "대일 무역적자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획기적 방안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연구.개발에 힘쓰면서 일본으로부터의 습득효과를 통해 일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흑자를 내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