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코트, 나는 다르게 입는다
![]() |
계절은 어느 새 입춘을 거쳐 춘분이지만 아침 저녁으론 바람이 여전히 차다. 따뜻한 낮시간 햇살만 고려해 하늘하늘한 봄옷 차림을 고수했다간 독한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 꼭 필요한 아이템은 두말할 것 없이 봄코트다. 그런데 이 봄코트가 올 들어 훨씬 과감해지고 패셔너블해져 ‘코트의 반란’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특히 얇고 가뿐한 홑겹 코트는 여름까지 입을 수 있어 더욱 인기다.
![]() |
①고광택의 가뿐한 봄코트, 지루한 코트는 가라=‘코트’하면 기존 트렌치코트의 딱딱하고 긴 스타일이 떠오르게 마련. 그러나 경직된 디자인과 거추장스런 길이 때문에 코트를 꺼려했다면 이제 ‘걱정 붙들어 매도’된다. 이번 2008 춘하컬렉션에서 선보인 패션하우스들의 코트들은 이런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줄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화려한 색상과 개성 넘치는 디테일 등 그동안 트렌치코트에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과감한 디자인으로 단순히 보온을 위한 겉옷이 아닌, 나만의 개성을 살리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변화의 선두에 트렌치코트와 동의어가 돼버린 영국의 ‘버버리’가 있다면 모두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버버리는 가만히 있어도 전 세계적으로 워낙 고정고객이 많아 땅 짚고 헤엄만 쳐도 되는, 스테디셀러 브랜드다. 그러나 유럽 패션계 기린아인 크리스토퍼 베일리(35)가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면서 버버리는 확 달라졌다. 베일리는 버버리의 상위브랜드인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sum)’라인을 전개하며 시대 흐름에 맞는 감각적인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베일리가 디렉팅하는 버버리 프로섬 중에서도 코트는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해 전 세계 트렌드세터들에게 대단히 인기다.
이번 2008 춘하시즌에서도 베일리는 고광택의 화려한 메탈릭 코트를 비롯해 대단히 패셔너블하면서 독특한 코트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황금빛 고광택 코트는 그 강렬함이 전방 500m에서도 눈에 띌 만큼 확실히 차별화돼 최고 인기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실제 스쿠버 다이버들의 복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스쿠버 컬렉션’은 레이스업 디테일이 돋보이는 스포티한 느낌의 트렌치코트로 투명한 바다빛을 연상시키는 아쿠아틱 터퀴즈(Turquoise) 색상과 독특한 라이크라 소재를 사용해 과감하고 개성이 넘친다.
![]() |
②물 흐르듯 부드러운 코트, 우아한 드레스로 입는다=최근 출시된 봄코트 중에는 드레스 못지않게 우아한 코트들이 많다. 아메리칸 클래식의 대표브랜드 캘빈클라인 컬렉션에서 선보인 트렌치코트는 언뜻 보면 트렌치코트가 아니라 우아한 드레스 같다.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가벼운 실크 소재를 사용해 가볍게 떨어지는 실루엣을 강조했다. 특히 허리에 느슨하게 여미도록 한 얇은 가죽벨트는 여성스러움을 더해준다. 물에 잉크를 한 방울 똑 떨어뜨린 듯한 플로럴 프린트는 세련된 멋을 선사한다. 반면에 버버리 프로섬의 옅은 올리브색 타페타 레이어드 코트는 고급스런 골드 버튼을 사용해 화려함을 더했다. 어깨부터 허리까지 사선으로 레이어드된 디자인은 허리는 더욱 잘록하게, 트렌치의 느낌은 더욱 풍성하게 보이게 한다. 이 코트 역시 더 이상 단순한 겉옷이 아닌, 드레스룩으로도 손색이 없다.
보테가 베네타에서 선보인 코트는 원피스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우아하면서도 참신한 매력을 뿜어낸다. 트렌치코트 본래의 기본 뼈대는 남아 있지만 과감한 디테일과 매끈한 실루엣이 세련미를 한껏 발산한다. 허리선을 과감하게 높인 데다 자연스런 드레이핑(주름처리)으로 여성의 몸매를 아름답게 강조한 것은 물론, 트렌치코트에선 찾아보기 힘든 짧은 퍼프소매가 남다른 감성을 표현하기에 그만이다.
반면, 젊은 여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미국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이번 시즌 단순하면서도 귀여운 느낌의 상큼한 더블버튼 코트를 내놓았다.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길이의 이 코트는 미니드레스와 매치하면 더욱 사랑스러운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사진=버버리 프로섬, 보테가 베네타>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