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남북축구]北 공격수 정대세 재치도 '눈에띄네'
2008-03-26 뉴스관리자
지난해 6월 마카오에서 열린 2008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예선에 북한 대표로 처음 출전해 8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올랐고, 지난달 중국 충칭에서 열린 같은 대회 본선에서는 2골을 터트려 공동 득점상을 수상했을 만큼 기량이 출중하다.
동아시아 대회에서 득점 후 공중제비돌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며 환호하던 중국 관중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는 등 스타성도 갖췄다. 북한 축구를 국제무대에 알릴 첨병으로서 정대세는 전혀 손색없는 자원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정대세는 '입심'도 좋다. J-리그 개막을 앞두고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분위기를 주도하자 일본 언론은 정대세가 함께 출연한 선수들에 압승을 거뒀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4개국 언어로 번역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코너에 정대세의 특집 인터뷰를 실을 예정이라고 한다.
애초 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 남북대결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었지만 정대세와 인터뷰를 한 FIFA 관계자가 "내용이 너무 흥미로워 다른 기사에 매몰되기에는 아까웠다"고 특집으로 다루게 된 이유를 밝힐 정도로 그의 말은 꾸밈없고 거침이 없으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번 남북대결을 앞두고 경기가 열릴 중국 상하이에 24일 오후 도착한 정대세를 한국 취재진이 만난 것은 입국 당시와 25일 최종훈련 후 두 차례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정대세는 여전히 솔직하고 의미심장한 말들을 쏟아냈다.
▲왕이 둘일 수는 없다
세르비아 리그에 진출한 홍영조(베자니아 베오그라드)와 역할 분담을 묻자.
정대세는 "홍영조가 앞으로 나가면 내가 뒤에서 도와줘야 하고, 내가 앞서면 홍영조가 도와줘야 한다"며 겸손한 자세로 협력 플레이를 강조했다. 홍영조는 지난달 요르단과 남아공월드컵 예선 1차전에서 프리킥 결승골로 1-0 승리를 안겼고,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4골을 뽑아내며 최종 예선 진출을 이끄는 등 정대세가 뜨기 이전 북한축구의 최고 스타였다.
▲나를 키워준 것은 조선이다
'자신에게 국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좀 답하기 어려운데"라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태어났지만 본적은 경북 의성인 재일교포 3세 정대세는 아이치 조선초급학교와 동춘조선초중급학교, 아이치 조선중고급학교 등 조총련계 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북한을 조국으로 삼았다.
▲내가 마치 팬이 된 것 같다
25일 최종 훈련을 마치고 한국 대표팀의 훈련이 바로 이어지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제일 보고 싶다면서.
정대세는 "박지성이 날 알고 있는 지 모르겠지만 나는 TV에서 많이 봤다. 그를 만나면 '잘 부탁합니다'라고 인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루니? 많이 웃었다
한국에서 '아시아의 루니', '북한의 루니'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는 말을 전해듣자.
정대세는 "웨인 루니와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런 기술있는 선수와 비교가 돼 기쁘다"면서도 "나는 (브라질의) 아드리아누나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로그바 같은 운동 능력이 좋고, 기술도 좋은 선수들처럼 되고 싶다"고 전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