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시간대별 재구성해보니…
2008-03-31 뉴스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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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경찰서를 전격 방문,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과 관련해 이기태 일산경찰서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
안양 초등생 혜진.예슬이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 속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일산에서 또다시 여자 어린이 납치미수 사건이 발생해 경찰의 어린이 안전치안 대책이 말 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용의자가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진술과 무차별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내용 등으로 납치 용의점을 충분히 확인하고도 단순폭행 사건으로 상부에 보고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경찰의 뒤늦은 진상조사와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6일 오후 3시44분께.
고양시 대화동의 한 아파트 3층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A(10.초교3년) 양이 40-50대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 당했다.
A 양은 때마침 "살려달라"는 비명을 듣고 달려 나간 이웃 여대생 B 씨에 의해 수 분만에 안전하게 구조됐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것은 이날 오후 3시59분, 사건 발생 15분 만이었다.
이 아파트 관리실 직원은 일산경찰서 대화지구대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한 뒤 "용의자의 얼굴이 찍힌 폐쇄회로TV(CCTV)가 있다"고 말했다.
3분 뒤, 지구대 경찰관 2명이 도착해 관리실에서 CCTV를 확인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용의자가 큰 흉기를 들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특히 예상 도주로에 대한 수색 결과 대화역 부근에서 배회하던 50대 남성 1명을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B 씨와의 대질 조사에서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풀어줬다.
경찰은 이후 과학수사팀에 연락해 CCTV에서 용의자가 맨 손으로 누른 엘리베이터 버튼에서 지문 1점을 채취했다.
그리고 경찰 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지구대 현장 조사팀은 이날 오후 7시가 다 돼 사건을 정리한 뒤 야근 팀에게 인계하고 퇴근했다.
초동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그날 밤은, 당직 팀에게 사건 자체가 알려지지도 않은 채 그렇게 지나가고 말았다.
일산경찰서에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된 것은 다음 날인 27일 오전 11시께.
우연히도 이 사건은 다음 날인 28일 사건 당일 당직했던 폭력1팀에 배당됐다.
폭력1팀은 "용의자 행색이 초라한 데다 술에 취한 것 같아 단순 폭행사건으로 보고 있다"는 지구대 보고서를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 들였고 토요일인 29일 사건은 다시 폭력1팀 C 형사에게 배당됐다.
안양 어린이 실종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고 경찰 내부도 잔뜩 긴장하고 있는 터에 어린이 대상 사건인 데도 일반 사건처럼 처리되고 만 것이다.
C 형사는 당일 현장 조사에 나서 피해자 어머니를 만났지만 "아이가 충격이 크니 다음에 하자"는 말만 듣고 확인한 CCTV를 확보한 뒤 경찰서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A 양을 구해 사건 해결의 가장 중요한 참고인이 될 B 씨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소홀한 초동수사도 여기서 그만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난 30일 오후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주민 제보로 언론이 취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경찰 대처는 역시 기민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보도된 시각부터 수사팀이 탐문에 나서고, 이후에 수사본부가 차려지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다음 날인 31일 오전 1시나 돼서야 각 수사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사건 전모를 확인했다.
동시에 사건 수사가 적정하게 진행됐는 지 감찰이 진행됐다.
경찰은 1시간 뒤 방범순찰대 등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해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탐문 수사에 나서고, 구체적인 수사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만 닷새가 다 돼 가는 시점이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