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유소가 가장 쌀까"…기름값 공개 일단 환영

2008-04-15     뉴스관리자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내걸고 전국 주유소 가격사이트를 개통한 첫 날인 15일 거리 주유소를 찾은 시민 대부분은 정부의 가격공개 조치를 반기면서 향후 주유소간 경쟁을 통한 기름값 인하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가격 공개사이트인 'OPINET(오피넷.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이 네티즌 접속 폭주로 온종일 마비되면서 실제로 사이트를 통해 미리 기름값 정보를 얻고 비교하면서 주유소를 찾은 시민들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또 가격 공개사이트를 운영하는 한국석유공사가 서울 시내에서 가장 기름값이 비싼 주유소로 꼽은 곳이 실제로는 평균 수준가격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공개된 기름값 정보가 믿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오피넷상에 가장 기름값이 저렴한 서울시내 주유소로 이름을 올린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주유소에는 '휘발유 1천619원ㆍ경유 1천539원'이라는 가격 간판을 보고 찾아온 차량들로 온종일 바쁘게 돌아갔다.

기름값 공개사이트 개통 전에도 '확 내린' 가격으로 알만한 운전자들에게 소문이 난 이 주유소는 영등포구 일대를 오가는 시민들이 주요 단골 대상.

이 주유소에서 차량 주유를 마친 양재선(44)씨는 "기름값 공개사이트 이야기는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이 주유소가 가장 싼 곳인지는 처음 알았는데 평소 다른 데보다 싸서 자주 찾는다"고 했다.

박영호(50)씨도 "경기가 어려운 데 더 저렴한 주유소를 알려주는 인터넷사이트가 생겼다니 좋은 거 아니겠냐"며 "집이나 직장에서 멀지 않다면 사이트내 가격정보를 이용해 가격이 싼 주유소를 찾아가봐야 겠다"고 즐거워했다.

한 여성운전자는 "공개사이트가 생겨 주유소 간에 가격경쟁이 벌어지면서 기름값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들 바쁜데 가격이 싼 주유소를 일일이 찾아다니기가 쉽겠냐"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 주유소를 찾은 송용철(52)씨도 "가격공개 사이트가 개통된 지 몰랐는데 집에서 아주 멀지만 않다면 싼 주유소를 찾아가고 싶다"며 기름값 공개사이트가 미칠 영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기름값이 공개돼 주유소 간 가격 경쟁이 과열되면서 오히려 시중에 판매되는 기름의 품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스러워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한 주유소를 찾은 임형수(52)씨는 "유류제품 가격을 공시하는 사이트가 문을 열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가격이 무조건 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 않냐"며 "간혹 가격이 싼 낯선 주유소에 가면 품질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유정순(67.여)씨도 "싸다고 멀리 찾아가면 시간도 들고 기름값도 들지 않겠나"며 "얼마나 싸다고 사람들이 멀리까지 찾아가겠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다.

또한 이날 서울시내에서 가장 기름값이 비싼 주유소로 꼽힌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주유소는 공개된 가격정보가 잘못됐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피넷을 운영하는 한국석유공사는 15일 0시를 기준으로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1천874원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이 주유소는 이날 휘발유를 1천783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현금계산일 경우 ℓ당 100원을 할인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공개 사이트에 가격이 잘못 나왔다"고 지적하며 "공시된 가격은 유가가 최고로 올랐을 때인 2월 가격으로 우리 주유소는 지난달 말부터 가격할인을 해 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손님들이 편하게 쓰고 기름 질이 좋으면 아니겠냐. 가격 경쟁은 정유사가 해야지 이런 식으로 가격공개를 하면 작은 주유소만 죽어난다. 우리는 공개사이트에 게시된 가격정보에 대해 게의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