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유산' 혁신도시..'상속' 받을 수도 없고 안 받을 수도 없고
2008-04-15 뉴스관리자
국책연구기관이 지역 균형발전정책의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으며 정부도 10개 혁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우려하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국토해양부는 15일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과 관련된 예상 문제점 및 대응방안을 마련해 지난달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보고서에서 지방으로 이전할 공공기관중 재원이 부족한 43개기관이 2조9천억원의 국고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설문조사 결과 혁신도시로 이주하더라도 가족은 남겨두고 혼자 이주하겠다는 응답이 51%에 이르는 것을 고려할 때 인구 유입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높은 조성원가로 인해 기업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분양값이 높아 주택 미분양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면서 혁신도시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 궤도수정 돌입했나 = 혁신도시 사업에 변화가 일 수 있다는 관측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지방분권정책을 '실패작'으로 폄하하고 특히 혁신도시는 자족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평가한 데 따른 것으로 총선이 끝난 뒤에 수정작업이 본격화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이 나왔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총선이 끝난 지 채 1주일도 되지 않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보고서들이 정부 일각이나 관변 연구기관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국토정책의 목표를 '지역 균형발전'에서 '지역 특화발전'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도 혁신도시의 궤도 수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국내의 지역간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세계의 주요지역간 경쟁으로 눈을 돌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 지역간 나눠먹기식의 균형발전 전략을 빨리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최근 국토부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혁신도시의 경제적 효과를 과다산출했다는 보고서를 만들며 혁신도시건설사업을 압박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작년에는 혁신도시가 빨리 진척되지 않는다며 국토부를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최근의 행보는 작년과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 국토부 "사업계획 변경 검토 아직 없다" =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애초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상 문제점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지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계획 변경까지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국토부의 이 같은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혁신도시를 추진하려는 의지는 크게 약화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달 부산항만공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때도 혁신도시 진행과정은 물론 추진의지를 밝히지 않았다.
또 16일로 예정된 부산 혁신도시 기공식에 정종환 장관조차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참여정부에서 '밀어붙이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서둘러 기공식을 하고 주무부처 장관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까지 참석했던 모습과는 크게 다르다.
◇ 혁신도시 어디까지 왔나..평균 보상률 78% = 124개 공공기관이 이전하기 위한 혁신도시 사업은 현재 본 궤도에 진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부산시가 시행하는 부산 혁신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9개 혁신도시에서는 총 보상금 3조1천63억원중 지금까지 2조4천266억원이 풀려나가 78%의 보상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경북혁신도시와 광주.전남혁신도시는 94% 수준의 보상이 이뤄졌으며 가장 낮은 대구혁신도시도 67%의 보상 실적을 기록중이다.
제주, 경남, 울산, 광주.전남, 경북 등 5개 혁신도시는 기공식까지 마쳤으며 나머지 혁신도시도 상반기중에는 기공식을 끝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28개 기관의 이전계획은 작년 12월 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됐으며 나머지 기관의 이전계획도 상반기중에는 확정한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토지보상 작업이 평균 80% 가까이 진행되는 등 사업이 상당수준 진척됨에 따라 혁신도시 사업을 포기하거나 전면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개선방안도 예상되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광역경제권 구상과 연계하는 방안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
◇ 혁신도시 예정지 '긴장' = 혁신도시 조성사업이 손질될 조짐이 보이자 혁신도시 예정지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혁신도시특별법에 의해 추진되고 이미 상당수준까지 사업이 진척된 점을 고려해 혁신도시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되기를 기대하면서 정부의 향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주시의 최연주 건설지원단장은 "우리 지역의 공동혁신도시는 이미 전국 최고의 토지 보상률을 보이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에 대해 논란이 제기돼 당황스럽다"며 "현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계획대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라남도의 박노창 건설지원단장도 "4천600기 가량의 묘지 이장이 완료되는 등 지장물 보상이 마무리됐는데 곤혹스럽다"며 "혁신도시 조성으로 지방의 성장동력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라북도의 한 관계자도 "토지 보상비가 90% 가량 지급된 상태인 만큼 사업이 변경되면 여러 모로 상황이 복잡하게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