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의 잇단 스타 영입… 연예계 이합집산 독주는 없다
2008-04-16 스포츠연예팀
지난해 여름 이후 연예계 FA(Free Agent)시장 최대어로 떠올랐던 배우 김선아도 결국 예당엔터테인먼트(이하 예당)행을 택했다는 소식이 16일 오전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스타 영입에 나서고 있는 예당에는 이미 김아중, 황정민, 장진영, 김정은, 김하늘, 이정재 등 별 중의 별들이 포진해 있다.
연예계에서는 이러한 예당의 움직임에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당분간은 경쟁 상대가 없을 듯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당분간'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히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는 스타들이 예당으로 헤쳐 모였지만 급변하는 연예계에서 스타들의 이합집산과 매니지먼트회사들의 합종연횡은 소유스호가 지구를 도는 속도보다 더 빨리 일어나기 때문이다.
시청률 20%를 돌파한 SBS TV '온에어'에서 매니저 장기준(이범수 분)은 "내가 이 바닥에 들어와 처음으로 들은 말이 뭔지 아냐. 얼굴에 분칠한 것들 믿지 말라는 거야. 키우면 떠나고 또 키우면 뒤통수 치고 계약금 몇 푼 더 주면 등 돌리는 데 0.1초도 안 걸리는 게 배우들이야"라며 한탄했다. 극적 재미를 위한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대부분의 연예계 관계자들이 이 말에 공감하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기업형 매니지먼트가 등장한 2000년 전후부터 2008년 현재까지 연예계의 지각변동을 살펴보자.
◇에이스타스부터 싸이더스HQ까지
1990년대 후반 등장한 최초의 기업형 매니지먼트는 에이스타스다. 백기획이라는 작은 기획사에서 출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거대한 기업형 매니지먼트사인 에이스타스를 일군 당시 백남수 사장은 연예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그의 이름은 연예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에이스타스에는 이영애ㆍ김선아ㆍ김정은ㆍ이나영ㆍ김현주 등 그야말로 A급 스타들이 즐비하게 속해 있었다.
이후 싸이클론과 엠피, 윌스타, 플레이어 등의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차례로 생겨났다가 사라졌으며 이 과정에서 A급 스타들의 이합집산 역시 짧은 주기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팬텀엔터테인먼트가 극심한 홍역을 치렀고, 반대로 BOF(배용준ㆍ소지섭ㆍ이나영)와 엠넷미디어(이범수ㆍ이효리ㆍ송승헌), 스타엠(장동건ㆍ하지원) 등이 세력을 확장해나갔다. 그 와중에 무럭무럭 자라났던 나무액터스(김태희ㆍ문근영ㆍ김주혁)와 바른손엔터테인먼트(손예진ㆍ배두나)는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태세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수 년째 업계 최강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싸이더스HQ다. 2000~2002년 사이 자리를 잡아나간 싸이더스HQ는 이름만 들어도 현기증이 나는 스타들을 즐비하게 영입하며 2003~2006년 연예계에서 난공불락 최강의 파워를 과시했다.
물론 2008년 4월 현재도 전지현ㆍ정우성ㆍ조인성ㆍ김혜수ㆍ전도연ㆍ송혜교ㆍ임수정ㆍ공유ㆍ하정우ㆍ차태현ㆍ윤계상ㆍ성유리 등의 별들이 한솥밥을 먹고 있어 여전히 최강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도 2007년부터 서서히 균열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박신양ㆍ최지우ㆍ황정민ㆍ이미연ㆍ이범수ㆍ김선아 등의 대어가 차례로 빠져나가면서 싸이더스HQ 역시 영원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외양은 화려하나 수익 내기 힘든 구조
스타들을 다수 보유한 매니지먼트사는 겉으로 봐서는 무척 화려하다. 일단 스타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할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구조도 튼튼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들 매니지먼트사는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스타를 '모시고' 있는 경우에는 더하다.
일단 스타를 모시기 위해 수 억(경우에 따라서는 수십 억) 원의 계약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2~3년의 '짧은' 계약 기간에 이를 회수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또 이러한 대어들의 경우는 회사와 수익금 배분 계약을 체결할 때 8대2나 9대1, 심할 경우는 한푼도 주지 않고 '얼굴 마담'만을 하는 경우가 있어 스타를 모시고 있어도 회사 경상비조차 뽑아내기 힘든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회사는 또다시 무리하게 투자를 받고 이 과정에서 횡령, 사기, 주가 조작 등의 범법 행위도 발생하게 된다. 앞서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사라져간 대형 매니지먼트사들은 대부분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에 얽혀 끝이 났다.
또 '온에어'를 보면 톱스타 오승아(김하늘 분)는 거대 매니지먼트사를 박차고 군소업체를 운영하는 장기준에게 갔다. 오승아는 자신을 돈 벌어다주는 기계로 부려먹은 전 회사에 대한 반발심에 이런 결단을 내렸다.
실제로 스타에게 지불한 계약금을 뽑아내기 위해 무리한 스케줄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 이 경우 스타들은 계약기간만 끝나면 바로 짐을 싸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2000년 이후 국내 대형 매니지먼트사들은 끊임없이 부침을 거듭했다.
한 매니저는 "국내 대형 매니지먼트사들은 번번이 몇 년 못가 사라졌다"면서 "이런 반복적인 상황을 오랫동안 겪어본 매니저들은 더 이상 큰 매니지먼트사는 가지 말자는 다짐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가 쟤보다 못한 이유가 뭐야"
대형 기획사로 모여드는 스타들은 이구동성으로 거액의 계약금, 큰 조직의 체계적인 관리를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이들이 계약기간만 끝나면 또다시 짐을 싸는 까닭은 뭘까.
이 경우 대부분의 스타들은 "나한테 집중해 주지 않아서"를 이유로 든다. 개개인이 저마다 1인 기업인 스타들은 예외 없이 자신에게만 특별 대우를 해주기를 바라기 마련. 그런데 대형매니지먼트사에 소속돼 있다보면 다른 스타와 함께 관리를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지게 된다. 실제로 많은 스타들이 같은 회사에 소속된 동료 스타 사이에서 질투심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회사를 옮겨왔다.
실제로 A급 배우들을 두루 거느렸고 현재도 거느리고 있는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내 입장에서는 동등하게 관리를 했는데 스타들은 자신이 누구에 비해 차별받는다는 생각을 쉽게 한다. 스타들이 그런 이유로 소속사를 옮겨갈 때면 정말 씁쓸하다"고 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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