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값 폭등에 AI까지… 양계농가 '죽느냐 사느냐'

2008-04-16     뉴스관리자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사료값이 급등한 가운데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겹치면서 경기도내 양계농가의 어려움과 불안감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16일 경기도와 가금류 사육업계에 따르면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닭 사료값은 지난해 말 25㎏당 8천50원에서 올해 3월 21일 현재 9천730원으로 21%나 올랐다.

사료값 뿐 아니라 원유가격도 뛰면서 닭을 키우는 데 쓰이는 난방용 기름과 닭 운송비 부담도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일 전북 김제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한 데 이어 14일 평택에서도 AI가 확인되면서 경기도내 가금류 사육농가는 잇단 악재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평택 AI 발생농장으로부터 10㎞ 내에 있는 안중읍에서 닭 7천마리를 사육하는 이길우(45)씨는 "하루 4천500개의 달걀을 생산하는데 어제 평택에서 AI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유통회사에서 납품받기 어렵다고 연락이 왔다"며 "살처분 대상 농장은 보상이라도 받아 그나마 낫지만 우리는 판로가 막혀 암담하다"고 막막한 심경을 토로했다.

16일 살처분이 진행중인 포승읍 석정리에서 토종닭 4만4천마리를 사육하는 정봉수(61)씨도 "병이 온 것도 아닌데 출하도 못하고 답답한 심정이었는데 오늘 새벽에 공무원이 와 살처분한다고 해 한동안 승강이를 벌였다"며 "구체적인 피해지침도 없이 우선 예방차원에서 매몰하고 대책을 세우자는데 우리들은 죽느냐 사느냐가 달렸다. 피해액만 2억여원에 달할 것"이며 갑갑한 심정을 밝혔다.

도내 다른 지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화성에서 닭 5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최길영(58)씨는 "사료값과 난방비, 운반비가 다 올라 생산원가는 높아졌는데 이달 초 AI 발병으로 닭 소비가 위축되면서 판매가는 오히려 떨어져 닭 1㎏당 300-400원꼴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AI가 확산되거나 장기화되면 소비는 더 줄고 재고는 늘어 타격이 클 것"이라며 "AI 확산 방지를 위해 화성시는 물론 농가 자체의 방역도 강화하고 있지만 엄청나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포천에서 닭 8만 마리를 사육하며 하루 5만-6만개의 계란을 생산하는 김모(48)씨는 "생산비는 오르는데 AI로 소비마저 안돼 일부 농가에서 재고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정부에서 생계안정 자금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포천은 양계농장 밀집지역으로 산란계 농장만 80곳이고 여기에서 닭 43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며 "AI가 포천까지 확산된다면 이걸 다 매몰해야 해 타격이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창동.고양.성남 4대 매장의 닭고기 총매출액은 지난 1일 1천483만원에서 14일에는 630만원으로 60% 가까이 줄었다.

이에 따라 닭(육계)과 계란값도 3월에는 닭 1㎏당 평균 1천434원, 계란 10개당 평균 1천349원이었던 것이 16일에는 닭은 1천300원으로 10% 가까이 떨어졌고 계란도 1천280원으로 하락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AI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방역활동을 하고 닭고기와 달걀을 안심하고 먹어도된다는 홍보도 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며 "언론에서 '익혀 먹으면 상관없다'고 얘기를 하면 AI에 오염되지 않은 닭들도 오염된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있어 차라리 언급 자체를 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