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밀라노 가구전시회, 화두는 ‘발상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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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이탈리아)=조문술 기자] 16일(현지시간)부터 21일까지 열리고 있는 ‘2008년 밀라노 국제가구전시회(ISALONI 2008)’.
세계 인테리어 디자인의 흐름을 선도하는 전시회로 국제적 명성이 높다. 삼성전자도 이 전시회 개막일에 맞춰 밀라노에서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략상품 ‘아르마니 TV’를 출시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뚜렷한 스타일과 디자인 경향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현지 디자이너나 인테리어업체 종사자들의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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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유력신문(24 ORE)도 16일자에서 “작년부터는 뚜렷한 경향이 없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정리했다. 이 신문은 이어 굳이 꼽으라면 ▷초록, 에메랄드 그린, 제라늄 레드 등 에너지 넘치며, 밝고 선명한 색상의 사용 ▷한국의 색동문양, 일본의 반상스타일 재현 등 일부 극동(Far-East)적 특징의 디자인 ▷메타디자인과 하이테크 가공기술의 접목 등을 특징으로 꼽았다.
이 같은 특징은 침실 및 거실 인테리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소재상으로는 가죽 및 패브릭의 사용이 자연회귀 경향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색상면에서는 화이트&블랙이 하나로 묶이는 추세에 올리브 그린, 핑크, 오렌지 등 밝고 편안한 색깔이 주류다. 여기에 초록 빨강 등이 포인트가 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소재나 색상 디자인에서 ‘다양성과 혼합’ 외 뚜렷한 트렌드를 찾기는 힘들다.
현지 유명 디자이너인 주세페 비가노 씨도 “밝은 색상의 사용이 많아지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강조되고 있는 정도”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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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설계상으로는 다기능 레일식 등받이를 적용한 소파, 벽장형 침대, 침대 겸용 소파, 조리대 겸용 식탁 등이 특징으로 꼽힌다. 부엌가구는 빌트인 경향이 강화되면서 장롱 벽면과 테이블만 달랑 드러날 정도다. 즉, 도어를 열어봐야만 냉장고, 와인셀러, 오븐, 식기세척기 등이 나타나 부엌이 굳이 어디에 있는지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싱크볼이나 쿡톱마저도 엘리베이션 기능으로 조리대 아래로 감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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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부엌업체인 마이스트리 관계자는 “빌트인으로 모든 집기들이 장 속으로 감춰지고, 부엌이 거실과 디자인적으로도 일체화되면서 부엌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욕실은 더욱 화려해지고 있다.
월풀, 샤워부스의 대형화와 화려한 디자인은 물론 소재도 대리석, 화강암, 옥 등을 통째로 가공한 제품이 등장했다. 세면도기에도 화려한 오렌지나 색동, 그린 등의 컬러를 적용해 일상의 단조로움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시도가 나왔다. 대형 보석을 욕조에 통째로 장식하면서도 욕실 전체는 형태상으로는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고 있다는 게 현지 안내자의 설명이다.
전시회 사무국 관계자도 “올해 전시회를 관통하는 흐름 역시 디자인에 대한 통념을 깨는 것”이라며 “발상 전환에서 출발한 유쾌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관람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