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이 당신을 훔치고 있다
소개팅에 스터디 모임까지 당신의 정보는 지금도 검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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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L(25ㆍ여)씨. 그는 얼마 전 이른바 ‘소개팅’을 나갔다가 기분이 상했다. 자신은 상대방 남자 K(28)씨의 이름과 인상착의밖에 몰랐지만 K씨는 자신의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해 회사 야유회 사진을 봤더니 청바지가 아주 잘 어울리더군요. 지난해 긴 머리 헤어스타일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자신에 대해 하나하나 늘어놓는 그의 정보량에 L씨는 참다못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처음에는 ‘나에게 꽤 관심이 많구나’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마치 제 모든 것이 발가벗겨진 듯해 수치심이 들더라고요.” L씨는 “K씨는 ‘각종 인터넷 포털의 이미지와 미니홈페이지를 검색해 이런저런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일요일인 지난 27일 취업 준비생 O(29)씨는 키보드에 얹은 손가락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각종 포털 사이트와 미니홈피를 찾아다니는 이른바 ‘웹서핑’이다. 스터디모임을 위해 “함께 공부하자”는 글을 올린 후 취업 준비모임 카페에 몰려든 신청자들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다. 유씨는 “포털의 이미지 검색이나 미니홈피를 보면 신청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며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서 신청자들의 평소 모습과 특히 여성의 경우 사진을 찾아보고 결정을 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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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간단히 이름만 넣으면 누군가 ‘친절하게’ 작성해놓은 개인 정보가 여과 없이 공개되고 있다. 개인 정보를 찾는 인터넷 검색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 대학가에서는 스터디모임 등에, 직장인들은 소개팅 등에 앞서 사전 검색은 필수가 됐다.
문제는 정보 유출과 검색 과정을 당사자가 알지 못한다는 점. ‘처음 보는데 이미 나를 알고 있다’는 불쾌감뿐 아니라 전혀 다른 의도로 개인 정보가 사용될 가능성에 피해자 대다수는 어이없어하고 있다.
직장인 K(여) 씨는 최근 직장 동료를 통해 한 대형 포털 사이트에 올라 있는 과거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K씨는 “전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이었는데 포털 사이트에서 이름만 치면 금방 볼 수 있었다”며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 게 충격”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지망생 A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 종교단체가 주최한 문학상을 받은 A씨는 시상식에서 찍은 사진을 그 종교를 비방하는 카페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A씨는 “사진을 본 사람들이 그 종교와 관계있는 사람으로 날 볼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러한 개인 신상정보 유출은 자연히 당사자에게 심각한 상처를 남기게 된다. 아마추어 사진작가 B씨는 한 사진동호회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고 심한 충격을 받았다. 한 네티즌이 다른 사진 사이트에 올린 글을 한 동호인이 퍼온 것이다. B씨는 “지난해 말에 모터카 전시회에서 레이싱걸 뒤편에 서 있는 장면이 우연히 찍힌 사진이었다”며 “각종 포털 등에 ‘얼마나 급했기에. 쯧’이라는 글과 함께 다 퍼진 후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의족을 한 상태였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명예훼손분쟁조정부에는 이런 이유로 피해 사항을 상담한 건수가 지난해 5599건에 달했다. 정보통신윤리위 한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 등에 글을 게시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면 법적 고발 혹은 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을 하는 등 법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상욱 기자(kak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