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우리는 인터넷의 힘을 믿는다”
<파워블로거 IT기업에 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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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가치 860억5700만달러, 매월 방문자 수 1억800만명. 세계 1위 인터넷기업 ‘구글(Google)’을 수식하는 숫자다.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들에게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구글. 지난 2006년 한국에 연구ㆍ개발(R&D)센터를 열고, 공략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시장 점유율은 2%대. 세계 최고 기업이지만 국내에서는 네이버 등 토종 업체에 밀려 고전 중이다. 하지만 구글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들만의 철학으로 끈기 있게 한국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것. 구글러(Goolglerㆍ구글 직원)는 구글을 ‘검색으로 시작해 검색으로 끝나는 회사’라고 말한다. 그들의 목표는 사용자들이 구글에서 정보를 빨리 찾게 하는 것. 빠른 검색을 위한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포털과는 사뭇 다르다. 비교를 원치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글의 개발 원칙은 ‘70-20-10’ 룰. 이는 구글만의 개발철학을 잘 보여준다. 규칙에 따르면 구글은 역량의 70%를 핵심 기술(검색)에 쏟아붓는다. 또한 20%는 핵심 기술을 보조하는 기술 개발에 쓰인다. 나머지 10%는 핵심 역량과는 전혀 연관없는 창의적인 사업에 투자된다. 이 원칙은 한국에서도 변함없다. 국내에서도 끊임없이 실험하면서 가겠다는 전략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권장하는 회사, 구글의 한국 지사에서 지난 17일, 이원진ㆍ조원규 공동 대표와 파워블로거 8명이 만났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례적으로 두 공동 대표가 번갈아가면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블로거들은 기업문화와 서비스, 두 부문에 걸쳐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을 쏟아냈다.
<구글의 기업문화>
-임원기=구글코리아도 미국 본사와 같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식사하는 문화가 있다. 미국 본사 문화를 본뜬 조치로 보이는데.
▶황상현 상무=구글의 문화를 말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식사문화’다. 단순한 복리후생 차원이 아니다. 창업 초기부터 이어온 기업문화다. 구내식당은 함께 일하는 동료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문화를 만드는 장(場)이다.
▶조원규 사장=실제 기발한 아이디어가 식사 때 많이 나온다. 지난 만우절에 선보인 구글의 ‘사투리 검색’ 이벤트도 바로 점심식사 때 나온 아이디어다. 이때 아이디어 교환도 많다.
-젊은영=채용 과정에 대한 ‘설(說)’이 무수하다. 채용 방식과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말해 달라.
▶황 상무=경영진이 가장 신경 쓰는 부문이 인력이다. 채용 기준으로 구글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갖췄나를 먼저 본다. 특히 구글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지식뿐만 아니라 사고 체계, 문화적 배경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항간에는 9~10번 면접을 본다는 소문도 있다. 초기에는 그랬다. 횟수는 분석을 통해 계속 줄여가고 있다. 개발자의 경우 5번 정도 본다.
▶조 사장=이런 면접을 처음 접하는 국내 개발자들은 힘들어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나아졌다. 채용 시 기본적인 스탠더드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구글은 어느 나라에서 개발자를 뽑든 동일한 실력을 유지하도록 한다. 본사와 전환 배치가 수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팀워크를 맞추려면 글로벌 표준은 필수다.
▶황 상무=‘개발자들의 천국’이란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조 사장=창의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문화가 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20% 프로젝트’에 대한 선택의 자유다.
-그만=개발자 외 직종들에는 어떤 혜택이 있는가.
▶황 상무=갓 들어온 신입사원부터 에릭 슈미트 회장까지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 교통비조차 같다. 차별이 없어 오히려 자부심이 높다.
-브루스=외국계 지사들은 의사 진행이 상당히 느리다. 구글코리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 체계가 있는가.
▶이원진 사장=한 빌딩에서 일하는 회사들보다는 당연히 느리다. 우리가 매우 빠른 시간에 컸다는 이유도 있다. 설립 9년 만에 직원이 2만명으로 불어났다. 구조가 못 따라오는 경우도 있다. 의사 결정 구조를 분산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조 사장=조직원 간 컨센서스를 중요시한다. 개인이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단점일 수도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한 번 결정하면 진행이 빠르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잡음도 적고 응집력도 발휘된다.
-브루스=국내 포털 1위 네이버를 어떻게 보는가.
▶이 사장=한국 사용자들이 원하는 걸 정말 잘 만들어내는 회사다. 국내 인터넷문화를 이끌어왔다고 본다. 단 구글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포털과 검색은 엄연히 다르지 않나. 구글이 하고자 하는 서비스는 네이버가 하려는 것의 일부다. 구글의 핵심 역량은 검색이다. 사업목표가 포털화는 아니다. 구글은 오픈 시스템을 지향한다. 접근 방식이 포털과는 정반대다. 포털은 성격상 모든 것을 개방할 수 없다. 구글이 가진 오픈 시스템과 검색철학 내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가려 한다.
▶조 사장=전 세계적으로 포털과 검색, 모두 1등을 하는 것은 정말 독특한 경우다. 검색에서 얼마나 중립적일 수 있느냐가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쏟아지는 정보를 계속 포털에 가둬둘 수 없다. 언젠가는 도전을 받게 마련이다.
-소금이=구글재팬은 유니세프와 함께 ‘일본 아동 성 보호법 운동’을 하고 있다. 구글의 국내 NGO 활동은 어떠한가.
▶황 상무=환경단체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한다. 구글 ORG와 구글 그랜트 등이 있다. 그랜트는 전 세계 비영리단체들에 금전적인 지원보다 애드워즈를 통한 공짜 광고를 지원한다. 구글러들도 자원봉사한다.
<검색, 유튜브 등 구글 서비스 관련>
-브루스=글로벌 서비스가 대부분 현지화에 실패했다. 이에 대한 복안이 있는가.
▶조 사장=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사용자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가 한글화, 두 번째 단계가 론칭이다. 구글은 실패를 꺼리지 않는다. 일찍 론칭해 일단 실험해보고 실패도 빨리 경험하는 걸 좋아하는 문화다. 계속 준비해서 한 번에 터뜨리는 기업과는 다르다. 론칭 이후 사용자들이 뭐가 맘에 들지 않는지 들어보자는 식이다. 모두 과정이니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
-버섯돌이=구글이 스카이프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계속 돈다. 모바일 음성 검색도 시작되는 등 음성도 점점 검색 대상에 포함돼 가고 있다. 구글은 인터넷전화(VoIP)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조 사장=음성은 매체로나 통신 방법으로나 모두 의미가 있다. ‘어디서든지 정보에 접근하게 한다’는 구글의 미션을 감안하면 구글이 당연히 해야 하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단 음성이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젊은영=지난 대선 때, 선거 관련 동영상은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만 해도 유튜브는 해외 사이트였다. 한글 사이트가 론칭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이 사장=유튜브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사이트라 쉽지 않은 문제다. 아랍권에 거슬리는 콘텐츠가 유대인이 봤을 때는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립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경우 법을 따라가야 한다고 본다. 실정법을 준수하되, 표현과 언론의 자유는 침해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후글=구글차이나는 ‘기차표 검색’ 등의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올해 신규 서비스에 대한 계획이 있는가.
▶조 사장=올해 대규모 신규 서비스 론칭이 2회 잡혀 있다. 중국은 현지형 서비스를 많이 만들기 시작했다. 중국과 한국의 R&D센터 오픈 시점을 보면 답이 나온다. 중국은 한국보다 18개월 정도 앞서 있다. 개발자가 입사해 구글 기술을 이해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려면 최소 1년 정도 걸린다. 구글코리아는 지난 2006년에 개발자를 처음 뽑았다. 이제 15개월 정도 됐다. 이제 나올 때가 서서히 됐다는 얘기다. 하반기에는 한국형 서비스들이 대거 선보일 것이다.
-후글=아이폰과 노키아 등 휴대전화에서는 유튜브 동영상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이동통신사와 제휴할 생각은 없는가.
▶이 사장=이 문제에 대한 결정권은 이통사에 있다. 이통사들은 모바일 서비스를 하려면 투자 대비 효과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데이터 사용자가 많지 않다. 모바일 인터넷이 성공하려면 데이터요금제가 싸야 한다. 모바일상 사용자환경(UI)도 상당히 좋아야 한다. 그래서 LG텔레콤의 오즈(OZ)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오즈가 성공하면 유튜브뿐만 아니라 다른 서비스들도 모바일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태우=구글이 TV 광고를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 사장=우리는 인터넷회사다. 소위 얘기하는 ‘인터넷의 힘’을 믿는 회사다. 우리는 사용자들을 믿는다.
정리=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