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경리 선생 빈소 각계 조문 줄이어…이틀째 표정

2008-05-06     뉴스관리자
'토지'의 소설가 고(故) 박경리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이틀째인 6일에도 오전 일찍부터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 원로 문인들도 발걸음 =
O...이날 빈소에는 박씨와 연배가 비슷한 원로 문인들도 잇따라 방문했다.

   박씨와 동갑인 시인 김종길(82) 고려대 명예교수는 박씨에 대해 "작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거인"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예전에 박경리씨가 첫 시집을 보내줬을 때 내가 '진실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내용이 담긴 엽서를 답장으로 보내줬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김남조(81) 시인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목을 빌었다.

  
= "손수 밥 지어 주시던 모습 기억 남아"
O...빈소를 찾은 후배 문인들 중에는 토지문화관 집필실에서 작업했던 문인들도 많았다.

   최근 우울증 투병 시절을 바탕으로 한 소설집을 내놓기도 한 소설가 차현숙 씨는 "예전에 아팠을 때 토지문화관에서 선생님께 큰 위로를 받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전날 빈소를 찾은 소설가 박범신 씨도 토지문화관에서 집필할 당시 불 켜진 박씨의 방을 항상 마음의 등불로 여겨왔다고 말했으며, 소설가 천명관 씨는 "객들에게 손수 밥을 챙겨주시고 반찬을 만들어 내려보내주시던 마나님 같으신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 조화 물결 속 재계 조화 없어 =
O...박씨의 빈소는 정계와 학계, 문화계, 언론계 등 각계 인사들이 보내온 화환들로 넘쳐났다.

   '토지'의 무대인 하동 평사리 주민들부터 다음 카페 독자모임 회원들, 드라마 '토지' 출연진들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화환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러나 조화들 중에 재계에서 보내온 조화는 그리 많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빈소에 놓인 조화 중 재계 인사가 보낸 화환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 명의로 온 조화가 거의 유일했다.

   빈소를 찾은 한 조문객은 "수많은 조화 중 기업인들이 보낸 조화가 없다는 것이 문화에 대한 기업들의 무관심과 빈약한 문화적 토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 드라마 '토지' 출연진도 조문 =
O...TV드라마 '토지'의 출연진들도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빈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탤런트 반효정 씨와 김미숙 씨가 오후에 나란히 조문했다.

   이들은 각각 KBS와 SBS에서 방송된 '토지'에서 최서희의 할머니인 윤씨 부인역을 맡아 연기했다.

   김미숙 씨는 "우리 문학계의 땅 한구석이 깊숙이 꺼진 것 같은 느낌"이라며 "당시 윤씨 부인을 연기할 때 문학사적으로 워낙 큰 작품이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부담이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서희 역할을 맡았던 세 배우 한혜숙, 최수지, 김현주 씨도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표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