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삼성ㆍLG 세계 시장에서 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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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드디어 손을 잡았다. 휴대폰과 디지털 TV, LCD 시장에서 어께를 나란히 하고 있는 국내 두 업체의 연합 전선 구축은 세계 전자ㆍIT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커다란 사건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5일 디지털TV용 LCD 패널 교차 구매에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로부터 37인치 LCD 모듈을, LG전자는 삼성전자가 만든 52인치 제품을 구매한다. 또 삼성전자 LCD총괄과 LG디스플레는 상시 구매채널을 가동, 모듈과 셀의 교차 구매를 추진하는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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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삼성전자는 32인치, 37인치, 40인치, 46인치, 52인치 패널의 60%를 대만에서 수입해왔다. LG전자 역시 32인치, 37인치, 42인치, 47인치, 52인치 패널의 34%를 대만에 의존해왔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양사의 교차 구매를 강력히 원했으나 미묘한 자존심 싸움에 매번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해왔다. 세계 LCD 시장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과 LG의 감정 싸움 덕에 AUO 같은 대만업체들만 반사이익을 얻어왔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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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LG라는 자존심 싸움만 없었다면 양사의 물류비용과 기술력을 감안했을 때 대만 업체들이 지금처럼 어부지리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일본 업체들의 연합과 대만 업체들의 급성장을 생각해보면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이번 합의를 시작으로 두 회사간 협력이 보다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양사간 이번 합의로 적지 않은 무역수지 개선 효과와 향후 국내 투자 확대를 기대했다. 임채민 지식경제부 제1차관은 “LCD 시장은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 동북아 국가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기업간 협력의 물꼬가 대ㆍ중소기업 협력으로 이어져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이번 교차구매의 의미를 전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LCD 뿐 아니라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기관 설립과 프로젝트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LCD 패널 뿐만아니라 차세대 모바일TV 기술 규격 공동 개발에도 전격 합의했다. 박종우 삼성전자 DM총괄 사장과 백우현 LG전자 CTO 사장은 차세대 모바일TV 기술규격을 공동으로 개발, 미국 DTV위원회(ATSC)에 공동명의로 제안키로 했다고 14일 발표했다.
두 회사가 손을 맞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양사는 A-VSB 방식과 MPH 방식을 기반으로 서로 독자적인 표준을 제안해왔다. 백우현 사장과 박종우 사장은 이날 “국내 전자업체가 세계적인 제품경쟁력을 갖춘데 이어 이번 기술분야 협력으로 향후 1억5000만 대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모바일TV 기술 표준과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