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홈에버 인수 그 뒤… 관전평은 4사4색?

2008-05-15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홈플러스가 이랜드그룹 계열의 홈에버를 2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14일 체결한 가운데 각 업체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양사가 체결한 이번 계약은 홈플러스가 이랜드그룹으로 부터 홈에버 36개 전 매장을 부채를 포함해 2조3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자금부족난에 시달려왔던 이랜드그룹 입장에서는 홈에버 매각으로 일시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으며 그룹의 주력이었던 패션 및 아울렛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랜드그룹측은 “이번 매각으로 4500억원의 투자재원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패션과 아울렛 분야의 성장과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권순문 이랜드그룹 M&A 총괄사장은 “해외패션시장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해외 브랜드 인수를 추진하고 미국 패션 브랜드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 입장에서는 그간 골치거리였던 노조문제도 이번 매각으로 자동적으로 해결하게 됐다. 대형마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할 때부터 소매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재매각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어쨌든 이랜드로서는 그간의 우여곡절을 일시에 털어냈고 남는 돈으로 재투자할 수 있어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홈플러스와의 협상과정에서 사모펀드인 ‘퍼미라’와 체결한 자금유치 MOU를 파기하는 등 신뢰도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규모면에서 단번에 1위인 이마트와 맞먹을 수 있게 됐지만 속사정은 그리 편치 않다. 2년전 옛 까르푸 인수전에서 1조6000억원 가량 써 냈다 탈락했던 홈플러스는 이 보다 훨씬 많은 돈을 주고 홈에버를 사들이는 처지가 됐기 때문.

홈플러스는 자금 마련을 위해 영국 테스코 본사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원을 조달키로 했는데, 부채 승계를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자금 확보를 위해 상당 규모의 외부 차입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2월말 기준으로 홈플러스의 현금 및 현금등가물은 362억원에 불과하며 유동부채만 1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홈에버 매장 중 절반정도가 임대매장이기 때문에 1조3000억원의 기존 홈에버 부채에 대한 리파이낸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홈에버 인수를 앞두고 리파이낸싱 조건을 협의하기 위해 대주단과 협의해왔으나 일부 채권은행이 홈플러스가 제시한 조건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 통과와 홈에버 영업 정상화에 관건인 노조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고민거리다.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경우 겉으로는 “큰 영향이 없다”는 반응이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홈에버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내부적으로 검토를 했던 롯데쇼핑의 경우 선두권과의 격차향후 대형마트 업계가 양강체제로 재편될 경우 현재 3위인 롯데마트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홈에버 매장 정상화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홈플러스와 홈에버를 합치더라도 영업효율 면에서 이마트가 월등히 앞선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상황을 안심할 수만는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마트는 상품경쟁력, 마케팅 역량이 높고 인건비 등 비용구조도 타사에 비해 적다”며 “1위 자리를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푸르덴셜투자증권은 15일 “이번 M&A로 국내 할인점 업계에 강력한 1위였던 신세계 이마트를 비롯해 롯데마트에 일시적 부담을 줄 것”이라며 “그러나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신세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지만 롯데쇼핑에 미치는 영향은 위협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현태 기자(pop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