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가 남긴 성과와 한계

2008-05-16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15일 21회로 종영한 SBS ‘온에어’는 오랫만에 시청자와 소통에 성공한 트렌디 드라마다. 출발부터가 여느 트렌디물과는 달랐다. 일반 트렌디 드라마가 드라마 속의 일들이 남녀주인공의 사랑을 끌고가는 보조기구에 불과했다면 ‘온에어’는 전문직 사람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한국드라마의 제작과정에 대한 비판이 정면에서 다루졌다.

드라마 소재로 자주 써먹어 이제는 진부해진 출생의 비밀과 재벌 2세, 불치병을 꼬집었고, 대사만 화려할 뿐 진정성이 결여된 드라마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때 한류로 잘나가다 규격화된 공산품 처럼 변해가는 한국 드라마의 위기 상황을 정면에서 다뤄보자는 투였다.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트렌디물임에도 역설적이게도 사랑보다는 일을 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국민요정’으로 불리며 도도하지만 항상 연기논란에 시달리고 톱스타로서 상처를 지닌 오승아(김하늘)는 실제 몇몇 배우를 보는 듯할 정도로 리얼리티가 강했다. 송윤아가 연기한 서영은 작가는 주책맞은 과장연기가 거슬렸지만 갈수록 미니시리즈를 집필하는 작가로서 희노애락이 그대로 묻어나 있는 캐릭터로 변모해갔다.

모난 성격을 지녔지만 드라마 연출에 대한 소신과 열정을 지닌 이경민 PD(박용하), 현실속에서 다소 이상화된 장기준(이범수)과 현실적이지만 내면의 상처를 안고있는 진상우(이형철) 등 대비되는 두 매니지먼트 사장은 일반인들이 알기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임에도 인간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온에어’는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에 제기했던 드라마 제작의 문제점들에 대해 별다른 답을 주지 않았다. 열심히 일만 하던 사람들이 15부를 기점으로 급속히 멜로 구도로 전환돼 누가 누구와 맺어지느냐에 대한 관심으로 집중돼나갔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섹스비디오가 없어도 소문을 만들어내면 그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믿어져 희생자가 생기는 곳이 연예계라는 점과 악성 댓글의 병폐 등 연예계의 문제를 끄집어내는 성과는 있었지만 마지막의 멜로는 드라마의 구도까지 바꿔놓은 듯한 인상을 줄 정도로 리얼리티를 감소시켰다. 그런 점에서 ‘온에어’는 아쉬움이 남는 드라마지만 트렌디 드라마를 이 정도의 리얼리티로까지 끌고간 김은숙 작가의 역량은 평가돼야 할 것 같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