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1세대 게임업체, 쓸쓸한 퇴장

2008-05-21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지난 19일 티쓰리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한빛소프트. ‘스타크래프트’ 배급사로 유명한 10년 전통의 게임업체는 댄스게임 ‘오디션’ 단 한편으로 대박을 터뜨린 게임개발사에 인수됐다. 2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수배경과 향후 전략을 밝힌 양사.

개발력과 서비스력의 시너지효과가 논해진 자리에서 한빛소프트는 쓸쓸히 뒤안길로 사라져가게 됐다.

1세대 게임업체들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2~3년동안 게임업계가 부진한 가운데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몇몇 업체들이 존폐 기로에 서게 된 것. 1세대 게임업체 중 넥슨, 엔씨소프트 등 선두주자들은 승승장구하는 반면, 경쟁력이 약한 웹젠, 그라비티,액토즈소프트 등은 고전 중이다. 특히 이번 한빛소프트 인수로 시장재편의 첫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업체들의 위기는 시장 흐름을 놓친 데 원인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인기게임 한 편에 의지해, 단조로운 라인업을 유지해온 업체들. 신작도 줄줄이 실패했다. 경영상 문제로 발목잡힌 일부 업체는 안정적인 수익구조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배급으로 패키지게임 시장 주도권을 거머졌던 한빛소프트. 시장이 온라인게임 중심으로 변하자, 온라인게임 서비스업체로 변신했으나, 성공적이지 않았다. 뚜렷한 흥행작 없이 2년 연속 이익을 내지 못했다. ‘디아블로’ 개발자 빌 로퍼와 손잡고 만든 대작 ‘헬게이트 런던’의 실패가 결정타였다는 평이다.

최초 3D온라인게임 ‘뮤’로 한 획을 그은 웹젠도 번번이 적대적 M&A 대상이 되고 있다. 경영상 문제와 잇단 후속작 부진으로 만성적자에 허덕인 결과다. 각각 중국과 일본업체에 인수된 액토즈소프트와 그라비티도 신작들이 빛을 보지 못해 이름값조차 못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업계 의견은 분분하다. 온라인게임 10년 역사에서 중견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재편 움직임은 처음. 결국 경쟁력이 없으면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제 게임산업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하이, 조이맥스 등 신흥주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는 상황. 이들의 선전 여부에 따라 세대교체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특히 한빛소프트의 인수가 양사간 윈-윈 효과를 낼 경우, 시장에서 또다른 성공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다. 즉 물갈이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경쟁력 없는 1세대 업체들은 이제 ‘퇴장’이란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업체의 공세 등으로 힘든 게임시장에서 중견업체들의 역할이 아쉽지만, 이제 인기게임 한두개로 이름값하던 시대는 가고, 진정한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현실의 반영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