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급발진은 100% 소비자 잘못?"
소비자원 중재율'0%'..피해자들"분명히 기계결함"
“자동차 회사에서는 급발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운전자 과실이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옵니다”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거의 모든 급발진 사고는 소비자 과실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아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100%입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급발진 원인에 대해서는 소비자와 제조업체가 정반대 주장을 하며 맞서고 있다. 한국소비자원등 정부기관, 소비자보호단체에 하소연을 해도 급발진사고를 뒷받침 해 주는 증거와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아 만족할 만한 중재가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말해 '귀신이 곡할 분쟁'으로 꼽히고 있다. 오죽하면 '하느님만이 그 답을 아는 미스터리'로까지 통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자동차 급발진 피해 고발은 한해 1백여 건을 웃돌고 본보에도 수시로 접수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김병법차장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 중재율은 제로다.지난2005년 당시 건설교통부와 공동 시험을 통해 기계적인 결함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정부의 입장이 나온 이후 피해 구제 접수 조차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 피해자인 당사자들은 생생한 사고 경험을 제보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2005년 심판과 제조업체의 주장을 절대 믿을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례=1 경기도에 사는 구모씨는 기아자동차(첫번째 사진) 뉴카렌스(07년 12월식 오토매틱)를 지난 1월 4일에 구매했다.
그런데 지난 5월12일 주유소에서 있는 자동세차를 이용하고 나오는 순간 사고가 발생했다.
기어를 중립에 두고 터널을 통과해 신호에 파란불이 들어오자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D로 옮겨 브레이크를 띄자 갑자기 차량이 번개처럼 휙 하고 2미터 앞에 있는 외벽과 충돌했다.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고, 일부러 밟아 부딪쳤더라도 외벽까지의 거리가 2m에 불과해 차량이 이렇게 파손되기는 힘들었다.
다음날 오전 성남 동양공업사에 갔고, 기아 직원이 테스트기 같은 기계로 약 5분에서~10분정도 차량 점검을 했다.
직원은 “점검이 완료됐고 차량은 이상 없다”고 말했다. 구씨가 황당해 직원과 약 30분정도 실갱이를 벌였지만 문제가 없으니 돌아가라는 말뿐이었다.
기아자동차 본사에 전화해 따지자 다음날 기술주임이 연락해 왔지만 역시 기계적인 결함이 없으니 차량을 수리하라는 대답뿐.
총괄팀장이라는 사람도 기계적인 결함은 없다고 보고를 받았고 판례가 급발진을 인정하지 않아 보상할 수 없다고 했다.
구씨는 “분명 차는 가속페달을 밟지도 않았는 데 번개처럼 앞으로 튀어나갔고 목격자들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아자동차에선 급발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자동차 결함이 아닌 운전자 과실이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며 “3일동안 기아본사직원 4명과 얘기했지만 처음 나온 사람이 작성한 보고서만 보고 똑같은 얘기를 반복한다. 현장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운전자 과실로만 몰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사례2= 전남 광주광역시에 사는 소비자 윤모씨는 지난 주말 자신의 아버지가 겪었던 끔찍한 급발진 사고를 본보에 제보해왔다.
40년 운전경력으로 2007년형 르노 삼성 자동차(두번째 사진) SM5를 운전하고 있는 윤씨 아버지는 광주시내 자동세차장에 세차를 하러 갔다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급발진 사고를 당했다.
자동차 기어를 중립에 놓고 세차장에 대기하고 있다가 세차요원의 안내에 따라 자동세차 레일을 타기 위해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는 순간 차가 요란한 굉음을 내고 튀어나갔다.
윤씨 아버지는 두려웠지만 차가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 액셀러레이터도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핸들만 움직인 채로 세차 터널을 순식간에 빠져 나왔다.
다행히 앞에 다른 세차중인 차가 없어 충돌사고는 없었다.
그러나 세차장을 바로 빠져 직진하면 4차선 도로. 윤씨 아버지는 드라이를 위해 마른 수건을 들고 있는 세차요원과 큰길을 피해 핸들을 오른쪽으로 급히 꺾어 차를 가로수에 들이 받쳤다. 가로수는 움푹 패였고 차도 바퀴 앞쪽까지 우그러들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에어백이 터졌고 다행히 안전벨트도 매고 있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 같은 차의 돌발 진행을 세차요원과 마침 현장에 있던 경찰도 목격했다. 차가 만일 그대로 큰길로 돌진했더라면 어떠한 대형사고로 번졌을지 윤씨 가족들은 몸서리를 치고 있다.
사고 후 윤씨는 차를 르노삼성 직영센터에 입고 시킨 뒤 삼성측에 검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르노삼성 측은 윤씨가 세차장 레일을 타기위해 중립에서 드라이브로 바꾼 기어가 어중간에 머물러 차가 진행되지 않자 윤씨가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아 이 같은 사고가 났을 것이라며 급발진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고 윤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사례3= 운전경력 28년의 한 소비자는 지난달 25일 쌍용자동차 액티언을 몰고 가다 급발진 사고가 났다.
집에서 차를 몰고 500m정도 갔는데 차가 미친 듯이 튀어나가서 중앙분리대랑 인도를 들이 박았다.
당시 40~50km 정도로 운전 중이었고, 갑자기 튀어나가더니 브레이크도 안 들고 차가 휘청휘청하더니 인도에 박고 차가 돌아버리기까지 했다.
차는 경유 오토이고 작년 6월에 출고해서 아직 2만km도 타지 않았다.
쌍용에서 나와서 현장조사를 하고 며칠 후 본사에서 나와서 조사를 했는 데 다들 차량엔 이상이 없다는 답변만 했다.
김씨는 “쌍용에선 차량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앞으로 불안해서 액티언을 끌고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분통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