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고유가 시대 살아남기 백태

2008-05-23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유통업체들이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짠돌이로 변신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유가 행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선 실내 조명기구와 냉장ㆍ냉동 보관시설을 초절전형 최첨단 시스템으로 전격 교체하고 나섰다.

매장과 사무실의 실내온도가 섭씨 25도를 훨씬 웃돌아도 에어컨은 쇼핑객들이 이용하는 일부 매장만 가동할 뿐 대부분 ‘노터치’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70년대식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는 곳도 부지기수다.

특히 에너지 사용료가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유통 재벌들은 살인적인 고유가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생존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 업소인 유통업체 입장에선 기름값이 1원씩 올라갈 때마다 에너지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최근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대적인 ‘에너지 다이어트’ 캠페인에 돌입했다. 이 회사는 냉ㆍ난방용 냉ㆍ온수기와 냉ㆍ난방 온도, 광고ㆍ조명 점등 등 임직원 개개인이 수행할 맞춤형 에너지 절약 실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특히 전국 이마트와 백화점 매장에선 냉장 및 냉동식품 진열대의 온도를 최적화하는 ‘CCS’(Chiller Control System)과 최대 전력 제어장치 등을 모두 에너지 절감형 시스템으로 교체했다.

신세계는 이를 위해 25억원의 자금을 긴급 투입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에너지 비용으로 1100억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사적인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통해 23억원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소공동 본점에 전력 소비를 최소화하는 인버터 장치를 설치했다. 이 백화점은 이를 통해 20~30%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 같은 장치를 전 점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연간 에너지 비용의 6%(23억원) 절약이 목표”라며 “본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전 점포에 에너지 절약형 인버터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또 에너지 절약 캠페인의 일환으로 에어컨을 가동하는 여름철에 실내온도를 예년보다 2~3도 높이는 대신 시원한 복장을 입도록 한 ‘쿨비즈’ 캠페인을 전개한다.

롯데마트도 백화점과 똑같은 수준의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매장 내 천장 및 집기 조명과 주차장 진출입 조명을 고효율 무전극 조명으로 교체한 상태다.

삼성테스코도 홈플러스를 짠돌이 매장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홈플러스의 전국 매장을 전산망으로 연결했고, 모든 전기기구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모든 유통매장의 에너지 감시체계를 25개 항목으로 구성된 에너지 매뉴얼에 맞춰 철저히 체크하는 세부 실천계획도 세웠다.

삼성테스코가 최근 인수한 홈에버도 전기세, 유류, 냉ㆍ난방 비용 절감을 위해 ‘홈에버 건강지수 2026 절전 캠페인’을 시작했다. 에너지 효율은 10% 늘리고 비용은 18억원 줄인다는 게 홈에버의 목표다.

에너지 절약에 관한 한 TV홈쇼핑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홈쇼핑 업계에선 매월 수백만부씩 제작해온 카탈로그 발행 부수를 크게 줄이고 배포도 VIP 단골고객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사무실의 불필요한 실내 조명기구의 사용을 줄이려는 곳도 있다.

GS홈쇼핑의 경우 올해 1/4분기 카탈로그 발행 부수를 지난해보다 23% 적은 500만부로 맞췄다. 이석원 GS홈쇼핑 본부장은 “유가와 펄프 등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카탈로그 부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카탈로그는 가급적 발행 부수를 줄이고 매출 기여가 많은 충성파 알뜰고객을 중심으로 배포하겠다”고 전했다.

안현태 기자(pop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