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캐릭터 키워 준다며 개인정보 빼내고 돈도 받고
2008-05-26 뉴스관리자
온라인게임 이용자 사이에 캐릭터 육성 대행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최근 옥션과 하나로텔레콤 등 기업의 개인정보 관련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개인들의 보안의식 부재를 보여주는 사례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서 `아이템플포'와 `아이템박스' 등 돈을 받고 게임 캐릭터 육성을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이용자가 이들 대행업체에 돈을 내면 업체 직원은 의뢰한 이용자로부터 넘겨받은 계정으로 게임에 접속해 대신 캐릭터를 키워준다.
주로 게임을 오래 즐기기 힘들고 경제력이 있는 30대 이상 직장인이 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며, 인기 온라인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경우 최고 레벨까지 육성하는 조건으로 보통 20만~3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리니지'는 상위 레벨인 50레벨 이상 육성을 위해 50만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
문제는 서비스가 대행업체 직원의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용자는 업체측에 자신의 게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넘겨줘야 한다는 점. 이 같은 정보는 암호화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대행업체 직원의 손에 들어가기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게임업체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주소와 연락처,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결제를 위한 계좌정보에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어, 대행업체 직원은 클릭 한 두 번이면 의뢰한 이용자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훤히 파악할 수 있다.
결국 자발적 동의 하에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지킬 보호장치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겠다"는 업체측의 말밖에 없는 셈이다.
당연히 이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지만 정부 당국은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들의 영업은 현행법상 자유업으로 분류돼 아무런 관리, 감독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 개인정보를 넘겨주는 것 역시 개인의 동의 하에 맺은 계약이라면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없는 등 영업을 직접적으로 규제할 만한 법조항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은 게임업체의 몫으로만 돌아가고 있다. 게임업체는 일반 이용자와 대행 서비스 이용자 사이의 격차로 인한 게임 밸런스 붕괴를 막고 `작업장' 아이템 거래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약관에서 대행 서비스 이용 금지, 계정정지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게임업체는 이로 인해 일부 이용자와의 갈등, 게임 모니터링의 부담 등 각종 문제에 시달리고 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대행 서비스 이용자를 일일이 가려내기에도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법무법인 지평의 정정태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와 정보통신망법에 비춰볼 때 이용자 간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정당한 사유 없이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용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은 형사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게임업체에 대한 업무방해죄 또한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에서는 게임업체와 이용자 간의 분쟁 해결을 위한 게임분쟁조정위원회 설립을 추진중이만, 문제가 되고 있는 대행 서비스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동의한 목적 이외의 곳에 사용하거나 속칭 `작업장'으로 불리는 직업적 아이템 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규제가 힘든데다, 상시적인 관리, 감독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신의 개인정보를 대행업체 직원에게 넘겨주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개인들의 보안의식 부재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