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반대 도로점거 시위 사흘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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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의 가두 시위와 잇따른 연행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26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촛불집회에 이은 도로 점거 시위가 사흘째 벌어졌다.
이날 저녁 10시께부터 서울 청계광장과 동화면세점 앞 등에서 열리던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던 시민 중 3천500여명(주최측 주장 1만여명)이 차도를 점거하고 청계천∼퇴계로∼소공동∼명동∼종각∼종로2가 등을 돌며 촛불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길목에서 경찰에 가로막힐 때마다 방향을 바꾸어 가면서 `고시 철회', `협상 무효', `이명박 탄핵', `독재 타도',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치며 3개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했다.
이 때문에 서울 도심 일대 곳곳에서는 밤늦게까지 심한 교통체증이 계속됐다.
경찰은 도심 일대에 7천여명의 인원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며 시위대와 곳곳에서 대치했으나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대규모 충돌이나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앞서 1천700여개 시민단체 및 네티즌 모임으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경찰 추산 3천여명(주최측 추산 1만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쇠고기 고시 저지를 위한 집중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학생들에 이어 기성세대인 우리도 드디어 일어섰다. 중고등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주부터 거의 매일 청계광장에서 청와대 앞까지 삼보일배를 해 온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장관 고시를 철회할 때까지 삼보일배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친구 2명과 함께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경인고 1학년 김모양은 "촛불집회에 와 보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학원도 가야 하고 시간도 없는데다 `경찰이 잡아간다'며 겁을 먹어서 못 오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민영화 정책이나 쇠고기 정책 등이 잘못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대책회의 주최 촛불문화제와 같은 시각에 인근 동화면세점 앞 인도에서는 `2MB 탄핵연대' 소속 회원 900여명(경찰추산. 주최측 추산 1천500여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거리 시위에 합류했으나 200여명은 같은 자리에 남아 집회를 계속했다.
이날 저녁 대구, 대전, 광주, 전북 전주, 강원 춘천, 경기 화성 등지에서도 시민 수백명씩 모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으며 전주, 광주 등에서는 참가자들이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거리 시위는 수사·법집행 당국이 도로 점거나 폭력 등 불법 시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을 위반해 차도 일부를 점거하고 행진을 벌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이날 불법 집회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선동, 배후 조종한 사람까지 끝까지 검거해 엄정히 처리하라"고 전국 검찰 조직에 지시했으며 어청수 경찰청장 역시 엄정한 사법처리 방침을 밝혔다.
한편 25일 새벽 처음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가두 시위를 벌이다가 연행된 37명에 대해서는 구금 시한이 6시간 남짓 남은 26일 오후 11시까지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수사기관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속영장 관련 보고를 받지 못해 단언할 수 는 없지만 특정인의 장시간 도로 점거 등을 입증할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과 시한이 얼마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영장 청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