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매'가 기자와 아나운서 가볍게 따돌리고 '나 홀로' 질주

2008-05-30     스포츠연예팀

신출귀몰 일지매가 기자와 아나운서의 추격을 가볍게 따돌리며 시청률 레이스에서 멀찌감치 앞서나가고 있다.
30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SBS TV 수목드라마 '일지매'(극본 최란, 연출 이용석)는 방송 4회 만인 29일 19.9%의 전국 가구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나란히 20.3%를 기록하며 20% 고지를 넘어섰다. 같은 시간 방송된 MBC TV '스포트라이트'와 KBS 2TV '태양의 여자'의 시청률은 각각 11.4% 와 7.7%였다.

   ◇현대극보다 감각적인 사극
이준기가 주연한 '일지매'는 조선 중기를 배경으로 한 퓨전 사극. 반면 손예진 주연의 '스포트라이트'와 김지수 주연의 '태양의 여자'는 각각 방송 기자와 아나운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현대극이라 선명하게 대조된다.

   '스포트라이트'와 '태양의 여자'는 요즘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공격적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얼마 전 막을 내린 SBS TV '온에어'와 함께 최근 트렌드에 부합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결과는 조선시대 의적의 압승. 아직 세 드라마가 2~6회까지 방송된 초반 승부이긴 하지만 '일지매'가 '스포트라이트'와 '태양의 여자'를 거의 더블 스코어로 앞서나가고 있어 추월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일지매'가 두 현대극보다 훨씬 '감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시공간의 규칙을 무시한 이 퓨전사극은 화려한 미장센과 액션으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반면 '스포트라이트'와 '태양의 여자'는 애써 화장을 하지 않은 듯한 모양새. 특히 '스포트라이트'의 경우는 조명 아래에서도 '쌩얼'로 나선 격이라 아쉬움을 전해준다.
◇한국형 영웅의 활약상
'일지매'는 스테디셀러인 영웅담이라는 점에서도 점수를 받는다.

   '일지매'의 연출을 맡은 이용석 PD는 "한국의 히어로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 생각하니 끌렸다. 한국이자 조선의 새로운 히어로를 만들어 시청자의 가슴이 후련해지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인공 이준기는 "현대에는 영웅이 없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정도가 현대적 의미의 영웅이라고 할까"라며 "일지매는 그런 시대에 사는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영웅 탄생의 뒤에는 이문식, 이종원, 김창완, 안길강 등 조연들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가 큰 뒷받침이 되고 있다. 영웅 혼자 튀는 것이 아니라 색깔이 또렷한 조연들이 고루 제 몫을 해주면서 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2% 아쉬운 편집, 떨어지는 완성도
하지만 '일지매'는 편집에서 실망을 안겨준다. 감각적 화면과 스토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연출자의 욕심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1~4회가 방송되는 동안 매회 편집이 매끄럽지 않아 드라마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액션과 드라마, 기쁨과 슬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이음새가 엉성해 작품의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서툰 편집은 곧바로 완성도로 이어져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일지매'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드라마의 편집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일지매'가 두터운 마니아 시청층을 낳으며 명품 대접을 받았던 '다모'에 뒤지는 지점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