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모들,모자 눌러 쓰고 안경 끼고 물대포 현장 참여

2008-06-01     뉴스관리자
촛불집회 현장에 나가보니 사태의 심각성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청와대 고위급 참모들이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반대하는 촛불집회 현장에 직접 나가 `민심탐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 부족을 반성하고 민의를 읽기 위한 차원이다.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이 3박4일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달 30일 밤 다른 수석비서관들과는 달리 청와대 관저에 나타나지 않았다.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동참'했기 때문.

   그 전날에도 집회 현장을 찾았던 곽 수석은 30일 오후 정부 당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 확정을 발표하면서 최대 규모의 인원이 모일 것이라는 보고를 듣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언론을 통해 비교적 얼굴이 많이 알려진 곽 수석은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해 모자를 눌러쓰고 안경을 쓰는 등 `변장'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이종찬 민정수석은 `새벽암행'을 통해 집회 민심을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새벽 3시 30분까지 현장을 둘러본 이 수석은 지난 29일에도 새벽 2시께 가두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도심을 찾았다.

   치안 업무를 총괄하는 이 수석이지만 경찰에도 알리지 않고 측근 1명과 함께 거리로 나가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집회 참가자들이 어떤 사람들인 지 둘러보고 일반시민처럼 행동하며 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완 정무수석도 최근 밤늦게 시위 현장을 `몰래' 둘러봤으며 정무수석실 직원들은 매일 교대로 청계광장으로 야근을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부 참모들은 거리행진에도 동참하는 등 집회 참가자들과 행동을 같이 하며 `현장 체험'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달말 시위 현장에서 경찰들과 함께 서있는 장면이 일부 언론에 노출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한 수석비서관은 "나가보기 전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집회가 일반시민들이 중심이 돼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면서 "정부가 많이 반성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참모는 "촛불집회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경우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정부 정책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인 데 모두 이런 식으로 표출돼서는 곤란하고 불순세력이 민의를 왜곡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사고"라며 "젊은 학생들과 전경들이 자칫 흥분해서 감정적으로 대치할 경우 부상자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강경진압은 자제해 달라고 경찰 당국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