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반대'는 쑥 들어 가고 '퇴진' '물러 나라'로 급선회

2008-06-02     뉴스관리자
서울 도심에서 이틀째 열린 대규모 거리시위에서는 기존의 쇠고기 수입 반대 요구를 훨씬 넘어서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 뚜렷했다.

   1일 밤 서울시청과 광화문 사이에서 열린 도심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민 2만여명(경찰 추산, 주최측 추산 3만여명) 사이에서는 "독재 타도, 명박 퇴진", "이명박은 물러나라"라는 구호가 압도적으로 많이 터져 나왔다.

   지난달 2일 촛불문화제가 시작됐을 때부터 거리시위가 잇따라 열린 지난주까지만 해도 "고시 철회, 협상 무효" 등 구호가 주류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국민 건강 우려와 통상 협상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시민들의 항의가 한달도 되지 않아 정권 자체에 대한 맹렬한 비난으로 번진 셈이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홍모(32·회사원)씨는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는 좌절감과 함께 경찰의 진압 행태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이번 시위는 정파나 이념이 문제가 아니라 살고 싶다는, 죽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쇠고기 문제뿐 아니라 대운하 계획,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서비스의 무책임한 민영화 등도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정부는 과잉진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강경한 반정부 분위기를 반영하듯 1일 밤 거리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세종로 사거리를 꽉 막고 있는 전경버스를 밧줄로 끌어내거나 버스 안에 들어가 시동을 켜고 후진을 해 공간을 확보하는 등 전날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행동을 벌여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경찰이 이중, 삼중으로 차벽을 구축해 청와대 방면으로 가는 길이 쉽게 뚫리지는 않고 있으나 오후 11시 현재 벌써 3대의 전경버스를 시민들이 조금씩 이동시키며 저지선을 흔들어대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