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대상자 280만명…손해보험업계 '울고 싶어라'
2008-06-03 뉴스관리자
전례에 비춰보면 교통 사범에 대한 사면은 교통사고 증가로 이어져 보험사들의 손해율(수입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손해율이 상승하면 보험사의 수익성이 악화돼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 사면 때마다 교통사고 증가
정부는 3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교통 법규 위반 사범을 포함한 사면 대상자 280만명에 대한 대사면을 할 예정이다.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의 경우 벌점이 삭제되고 운전면허 정지자는 면허를 되찾을 수 있게 된다. 면허가 취소된 사람은 면허시험 응시 제한이 풀린다. 다만 범칙금은 내야 한다.
보험업계의 고민은 교통 사범에 대한 사면은 예외 없이 교통사고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속도 위반이나 음주 운전 등에 대해 면죄부를 내주니 자연스레 도덕적 해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교통 사범에 대한 사면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3월(532만명)과 2002년 7월(481만명),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8월(420만명) 등 세 차례 있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1998년 사면 때는 그 전 1년간 3.11%였던 교통사고율(대인배상보험 가입자 기준)이 그후 1년간은 3.44%로 상승했다. 또 한국의 월드컵 축구 4강 진출을 기념해 이뤄진 2002년 사면 때도 그 전 1년간 4.66%였던 사고율이 5.11%로 뛰었다.
2005년 사면 때 역시 사면 전 5.33%였던 사고율이 1년 뒤 5.82%로 높아졌다. 사면을 전후해 사고율이 약 10%씩 올라간 것이다.
보험사들의 주가도 1998년과 2002년 사면 후에 부진했다. 다만 2005년엔 금리 상승 덕에 오히려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 자동차보험료 오르나
물론 사고율 상승의 원인을 사면 하나로 국한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주 5일 근무제의 확대나 폭설 같은 기상 재해, 모형 단속 카메라의 철거 등 다른 사회적.환경적 요인도 사고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사면 뒤에는 어김없이 사고율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보험업계는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지만 그렇더라도 음주 운전 같은 법규 위반자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면은 통치 수단의 하나이므로 업계가 토를 달 수는 없다"면서도 "사면이 교통 사고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고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당장은 말을 아끼면서도 이 같은 과거 통계를 들어 손해율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장 보험료를 조정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사면 이후 교통 사고가 느는 경향이 있는 만큼 손해율의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험업계는 고유가로 자가용 운행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손해율이 낮아져 남 몰래 미소를 짓고 있는 중이다.
실제 4월 자동차보험사들의 손해율은 현대해상 67.5%, 동부화재 70.9%, LIG손해보험 69.2%, 메리츠화재 70.8%, 흥국쌍용화재 70.7%, 한화손해보험.제일화재.그린화재 71.7% 등으로 70% 안팎을 기록했다. 이는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70∼72%와 비슷하거나 밑도는 수치다.
그러나 대사면으로 손해율이 상승할 경우 이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유가, 물가 상승 등으로 신음하는 가계에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전망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