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뿔났다"..촛불시위 '풀뿌리'는 주부들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
지난달 경기 과천에서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산된 `광우병 현수막' 내걸기 운동에서 드러난 `아줌마 파워'가 거리로 뛰쳐 나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으로 광우병 위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뿔난 엄마'들이 직접 거리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것.
주최측 추산 20만명(경찰 추산 5만 6천명)이 모인 6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서는 어린 아이들이나 동호회원들과 함께 거리에 나온 주부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밀고 다른 한 손으로는 촛불을 든 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이명박 정부 물러나라'를 외치는 모습은 더이상 낯선 집회 풍경이 아니지만 이날은 주부 동호회들이 단체로 참가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U-mom' 회원 40여명은 이날 유모차를 끌고 나와 단체로 집회에 참가했다.
"10살, 12살 난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두 아들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조미숙(38.여) 씨는 "학교 급식에 고기 반찬이 나오면 애들이 돼지고기인지 쇠고기인지 꼭 물어본다고 하더라. 그만큼 아이들도 걱정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위험한 것도 많은데 먹을거리까지 안전하지 못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주최하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에 참가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주부들 스스로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풀뿌리 행사'를 조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 송파구 거주 주부들의 모임인 인터넷 카페 `송파맘들 오세요'는 이날 오후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무효 및 고시 철회 등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벌였고 주부 동호회인 `줌데렐라'도 노원구 상계동 교보빌딩 앞에서 대운하 계획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 모임 소속인 주부 김모(45.여) 씨는 "요새는 가족의 먹을거리가 많이 걱정돼 생음식 위주로 준비하고 있다. 학부모들끼리 모여도 먹을 게 없다는 얘기를 한다"며 "먹을거리 뿐 아니라 교육 정책에도 불만이 많아서 겸사겸사 나왔다"고 말했다.
당장 식탁에 올릴 가족들의 먹을거리와 자녀들의 학교 급식을 걱정하는 주부들의 `행동'은 온라인 상에서도 활발하다.
인터넷 한 요리 커뮤니티 사이트인 `82cook.com' 자유게시판에는 촛불 시위 참가자들의 경험담과 제안이 이어지고 있으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각종 현안에 대한 정보 게시물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미주지역 한인주부들의 모임'은 집회 참가자들을 위한 김밥과 생수 나누기 운동에 동참하기로 하고 참가자들의 `배후세력'을 자청하기도 했다.
이날 3살 난 딸과 함께 거리에 나온 김모(33.여) 씨는 "정부가 국민의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한 우리 주부들의 집회 참가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