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장들 "향후1년간 힘든 불경기"..고환율 정책 맹타
2008-06-09 뉴스관리자
주요 민간.국책연구소장들은 9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유가 폭등으로 물가불안이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그동안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물가불안을 가중시키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연구소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갈 수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2008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내수둔화 추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년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의 성장을 제한하는 만큼 한국의 수출은 올해에 비해 둔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은 "지금부터 향후 1년간 힘든 불경기를 예상해야 한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미국경제의 위축인데, 국제유가 마저 오르기 때문에 미국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앞으로 6∼7월에는 물가가 5%대로 높아지고 연간으로는 4∼4.5%까지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가를 낮추기 위해 과도한 거시정책을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경기 하강국면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면서 "물가는 국제유가와 국제원자재 가격이 올해 하반기에도 안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장기적인 추세로 보면, 한국의 실질적인 경기는 20년간 하강 추세였다"면서 "잠재성장력은 3.5% 수준이었으나 그동안 대외여건이 좋아서 4%대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대외여건이 나빠지면서 경기가 급격히 하강하는 단계"라면서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국민들의 동기부여가 안되는 경제시스템에서는 추세적인 하락이 불가피하며 올해 하반기에 국면이 전환되지 않으면 연간 3%대 성장률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장들은 고환율 정책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고환율 정책은 수출의 호조세를 지속시키지만 제조업 중심의 수출증가는 내수증가로 연결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더욱이 고환율은 국내물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좌 원장은 "지금까지 정부의 환율정책은 옳지 않다. 환율이 올라가더라도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면서 "대기업 매출의 50∼60%는 해외에서 이뤄지며 환율과 수출의 상관관계도 직접적으로 크지 않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