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회장 첫 재판부터 불꽃 튀는 공방전

2008-06-12     박지인기자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털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첫 재판에서 "모두 제 불찰이고 책임은 제가 다 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그는 1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모두 진술을 통해 "모두 제 불찰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제가 다 지겠다.저와 법정에 선 사람들의 잘못이 있다면 제 책임 하에 있는 일이니 선처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년간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 와서 보니 주변을 돌아보는 데 소홀했음을 깨달았다.앞으로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의 변호인도 "스스로 노력하면서 살고 있는 많은 분들이 거액의 현금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 등을 보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고 이를 헤아리지 못해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투명경영이 강조되는 현실에서 솔선수범을 해야 하는 데 최근까지 차명계좌를 관리해 온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오히려 특검쪽을 거들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조준웅 특별검사의 공소사실을 항목별로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주요 혐의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특검은 "변호인 측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및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과 관련해 그룹 비서실과 기업구조조정본부의 지시가 있었던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쟁점을 정리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삼성SDS가 BW 발행을 독자 입안하고 이재용 남매에게 인수 의사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이 전 회장에게까지 보고된 것은 사실이고 이걸 `지시'라고 한다면 다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에버랜드 CB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 변호인 측은 낮은 가격으로 CB 전환가격을 책정했다 하더라도 기존 주주가 손해를 보고 새 주주가 이익을 보는 `구(舊)주주와 신(新)주주간 부(富)의 이전 문제'라며 에버랜드사가 97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특검의 논리를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에버랜드 CB 사건은 "사적 경제활동의 영역에 국가가 어디까지 개입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삼성SDS BW 사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형성된 사적 자치질서에 검찰권이 들어와 있는 사건"이라고 주장, 전 회장 등에게 형사적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분명히 했다.

   조세포탈에 대해서도 "차명계좌 장기 보유로 주가가 폭등하면서 양도 차익이 생긴 것일 뿐"이라며 "차명계좌를 이용한 것만으로는 사기나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