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만화 같은 `3분의 마술'..체코에 기적의 역전승

2008-06-16     스포츠 연예팀
경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투르크 전사들이 강한 정신력과 투지로 만들어낸 극적인 역전 드라마였다.

   터키가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에서 동유럽 강호 체코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2000년 대회 이후 8년 만에 8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16일(한국시간) A조 마지막 3차전 터키-체코 경기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 스타드 드 제네바.

   양팀은 나란히 1승1패로 골 득실(-1)까지 같아 남은 한 장의 8강행 티켓을 놓고 배수의 진을 쳤다. 무승부가 나오면 조별리그 도입 후 처음으로 승부차기까지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상대전적에서는 체코의 승리가 점쳐졌다.

   1976년 우승과 1996년 준우승, 2004년 4강 등 꾸준한 성적을 냈던 체코는 이번 대회 예선에서도 `전차군단' 독일을 3-0으로 완파하고 D조 1위(9승2무1패)로 본선행 티켓을 얻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체코가 6위로 터키(20위)보다 14계단 높다. 상대전적도 체코가 9승3무1패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반면 터키는 1958년 승리 이후 반세기 동안 체코를 이겨보지 못했다.

   후반 초반까지만 해도 체코의 낙승 분위기. 202㎝의 장신 스트라이커 얀 콜레르가 전반 34분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체코는 이어 후반 17분 야로슬라프 플라실의 추가골로 2-0으로 앞서 나갔다.

   수세에 몰린 터키는 미드필더 툰차이 산리, 아르다 투란의 강한 압박과 빠른 돌파, 정교한 크로스로 잇따라 득점 기회를 만들고도 상대 골키퍼 페트르 체흐의 선방에 막혔다.

   패색이 짙어 보이던 터키에도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30분 하밋 알틴톱이 오른쪽에서 반대편을 보고 수비수 사이로 길게 땅볼 패스를 찔러주자 투란이 달려들며 오른발로 강하게 차 만회골을 뽑아낸 것. 투란의 골은 극적인 역전 드라마의 서곡이었다.

   기적은 체코의 2-1 승리로 끝나는 듯하던 마지막 3분에 일어났다. 터키의 해결사는 니하트 카베지.

   경기 종료 3분을 남겨둔 후반 42분. 쉴 새 없이 체코를 두드리던 터키에도 행운이 따라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알틴톱이 올린 크로스를 점프하면서 잡으려던 골키퍼 체흐가 공을 잡은 뒤 살짝 떨어뜨린 것. 니하트는 쇄도하며 오른발로 차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체흐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동점골을 뽑아낸 니하트의 활약이 빛났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니하트는 2분 뒤 오른쪽을 돌파한 알틴톱이 크로스를 해주자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찼고 공은 크로스바 밑을 때리고 골문을 갈랐다. 천금 같은 결승골이었다.

   터키는 곧이어 골키퍼 볼칸 데미렐이 문전으로 달려들던 상대 공격수를 파고드는 거친 플레이로 퇴장을 당했다. 골키퍼를 교체하지 못하고 10명으로 싸워야 하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터키 사령탑인 파티흐 테림 감독은 어쩔 수 없이 공격수 툰차이에게 골키퍼 장갑을 끼도록 지시했다. 한 골을 내주고 승부차기까지 간다면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한 사실.

   하지만 터키 선수들은 공격수까지 전원 수비에 가담해 인(人)의 장막을 쳤고 체코는 후반 인저리타임 3분 동안 총공세를 펴고도 끝내 터키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터키는 결국 3-2로 이겨 8강에 진출했다. 투르크 전사들이 불굴의 투지로 따낸 값진 8강 티켓이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