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국내에서 만날 수 없어 아쉬운 기아 씨드

2008-06-17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지난 2006년 12월 출시된 이래 유럽에서 20만대가 넘게 팔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차. 유럽 내 권위있는 매체의 기자 및 자동차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차’ 부분에서 당당 4위에 선정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차. ‘씨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내에서도 자동차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점점 씨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씨드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실제로 기자가 씨드를 운전할 때도 뭇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았다. “이 차 이름이 무엇이냐”, “이 수입차는 어떤 브랜드냐?”라는 질문 역시 수없이 받았다.

사실 기자도 처음 차를 봤을 때 다소 낯선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디자인인 까닭이다. 반면 날렵해 보이며 공격적인 디자인은 인상적이다. 앞뒤 오버행(바퀴와 범퍼까지의 거리)이 짧아 탄탄한 느낌이고 큼지막한 헤드램프도 인상적이다. 또한 외형이 해치백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커보인다. 일부 C세그먼트(준중형차)급 차량은 다소 약해 보이지만 씨드에선 비교적 안정감이 느껴졌다. 폴크스바겐의 골프 못지않은 단단한 느낌이다.

씨드는 아우토반 등 유럽 도로 수준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만큼 주행 성능이 탁월하다. 하지만 내내 막히는 국내 도로 사정에서 돋보이게 느껴진 부분은 브레이크. 특히 초보 및 여성 운전자와 같이 운전이 서투른 경우에는 아무래도 급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는 경향이 있게 마련. 하지만 씨드의 경우 급정차 시 전륜 구동차임에도 불구하고 뒤편이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주저앉아 훨씬 안정된 느낌을 받는다.

이 차의 또 다른 특징은 단단한 서스펜션이다.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거나 급회전을 해도 곧바로 자리를 잡는다. 국산차의 물렁한 서스펜션을 기억하는 소비자라면 다소 놀랄 정도로 탄탄하다. 덕분에 급한 코너길에서도 차체가 흐트러지지 않고 노면을 잘 읽어낸다.

반면 낮은 rpm에서는 충분한 토크를 내지 못하는 엔진의 특성 때문에 급가속시 속도계의 상승 속도가 다소 더딘 느낌이다. 그리고 고속 주행시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리, 혹은 차체에서 나는 소음 등이 민감한 운전자에게는 다소 귀에 거슬릴 수 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유럽에서 호평받고 있고 국내 카 마니아들이 학수고대하고 있는 씨드를 국내에서 탈 가능성은 거의 전무해 보인다는 점이다. 기아차에서 만들었지만 슬로바키아에서 생산되는 ‘수입차’로 취급을 받기 때문에 관세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아쉬움은 유럽에서 국산 브랜드가 선전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달래야 할 듯 싶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