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아르샤빈, "네덜란드 감독 1명이 11명의 선수를 물리쳤다"

2008-06-22     스포츠.연예팀

"어떤 거창한 말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이건 기적에 가깝다."

히딩크 감독이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조국인 네덜란드에 비수를 꽂고 러시아를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에 올려 놓았다.

22일(한국시간) 열린 네덜란드와 8전강에서 3-1 승리를 거둬 스페인-이탈리아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 히딩크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먼저 "우리 선수들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함께 기적을 일군 제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히딩크 감독은 "(조별리그 2, 3차전인) 그리스, 스웨덴과 힘든 경기를 치른 뒤 이번 경기를 준비하는데 이틀 밖에 시간이 없었다. 어제 10분 전술훈련을 했고, 숙소에서 몇 차례 미팅을 가졌을 뿐이다.

그는 이어 "전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우리가 네덜란드보다 나았다. 거만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모든 면에서 상대를 앞섰다"고 완승을 자축했다.

1골1도움으로 MVP에 선정된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네덜란드인 감독 한 명이 11명의 재능있는 네덜란드 선수들을 물리쳤다"며 감독의 지도력에 경의를 표했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할 점은 있다. 파울이 많았고, 프리킥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이 너무 수동적이었다. 또 미드필드와 수비 라인 간 조화는 훌륭했지만 득점기회에서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면서 아쉬웠던 점을 잠시 털어 놓기도 했다.

경기가 열린 스위스 바젤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네덜란드인이었을 법한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 국민과도 승리의 감격을 함께 나눴다.

그는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을 비롯한 러시아 곳곳에서 사람들로 넘쳐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무척 기뻐하는 것을 보았고, 이것이 팀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한편 1988년 선수로서 대회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0년 만에 지도자로서 다시 정상을 밟으려던 꿈이 깨진 마르코 판 바스턴(44)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은 "우리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보여줬던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며 패배를 깨끗이 받아들였다.

판 바스턴 감독은 이어 "남은 경기에서도 러시아에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란다. 그들은 정말 잘 싸웠다. 이제 4강에 올랐고 엄청난 기회를 잡았다"며 히딩크호에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