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문어발 경영'가속페달..계열사 갈수록'주렁주렁'

2008-06-25     뉴스관리자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였던 대기업들이 다시 계열사를 크게 늘리는 등 확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자산총액 상위 10대그룹(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의 계열사는 459개사로 5년 전인 2003년 6월2일에 비해 149개사(48%) 늘었다.

   자산총액 1위인 삼성그룹은 상호출자에 제한을 받는 계열사가 63개에서 59개로 줄었지만 나머지 10대 그룹은 모두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가 26개에서 38개로 늘었고 SK그룹도 59개에서 83개로 증가했다. LG는 그룹 분할 전인 2003년 6월에 계열사수가 50개였으나 분할 이후 LG그룹(37개)과 GS그룹(59개), LS그룹(23개)을 합한 계열사가 119개로 불어났다.

   이 밖에 롯데그룹(35개→47개), 금호아시아나(15개→53개), 현대중공업그룹(6개→10개), 한진그룹(23개→30개), 한화(33개→43개) 등 10대그룹은 대부분 계열사가 크게 증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이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기업을 인수하거나 신설함에 따라 계열사수가 늘었다"며 "이에 따라 재벌들이 사업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들은 최근 들어 정부 소유 기업 인수를 통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초대형 인수.합병(M&A)에 성공해 그룹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 하이닉스, 산업은행 등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구조조정 및 공기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대기업들은 M&A 자금을 모으는데 혈안이다.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M&A에 대해 친재벌 성향을 보이던 정부도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강연에서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재벌이 무분별한 M&A를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면서 기업결합 심사시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고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도 기업들이 과도한 금융권 대출을 통해 M&A에 나서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비롯한 정부의 재벌규제 완화 정책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대기업이 기술.개발을 통해 신산업을 개척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최근 재벌들이 늘린 계열사를 보면 서비스업 등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재벌규제 완화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