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마법에 빠진 러시아, 법(法)까지 바꿔

2008-06-26     뉴스관리자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에서 러시아 축구대표팀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국민들의 축구 열기가 법(法) 개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26일 일간 코메르산트가 보도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이날 국민들이 단체나 가족 모임 등 비공식 자리에서도 러시아 국기(國旗)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상정, 심의할 예정이다.

   갑자기 국기에 대한 법 개정 문제가 불거진 것은 최근 유로 2008에서 러시아팬들이 경기장은 물론 거리에서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얼굴에 국기를 그리는 행위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현재 러시아 법은 국기는 오직 공식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그 이외 용도로 국기를 함부로 게양하거나 훼손할 경우 신성모독 행위로 간주돼 처벌받는다.

   따라서 축구팬들의 행위가 자칫 신성 모독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합법화해 주자는 것.

   하지만 일부에서는 축구팬들이 자국 국기를 흔드는 행위는 애국심을 표현하고 자국 팀을 응원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신성모독으로까지 확대 해석해 법을 바꿀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변호사인 겐릭 레즈니크씨는 "바보들이나 국기를 흔드는 팬들에게 그런 죄를 적용하지 누가 하겠느냐"면서 "형법에도 형사 사건의 특징을 가진 행위라도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가 아니라면 죄가 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의원들이 법 개정에 앞서 과연 국기에 대한 신성모독이 뭔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축구 대표팀은 유로 2008에서 스웨덴과 네덜란드를 차례로 꺾고 26일 오후 10시30분(모스크바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페인과 준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러시아가 이 대회에서 준결승에 오른 것은 구 소련 해체 이후 처음이며 소련 해체 이전을 포함하면 결승에서 네덜란드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한 1988년 이후 20년 만이다.

   러시아 내무부는 이날 생중계되는 축구 경기 결과에 따라 일부 훌리건들의 과격 행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약 4천 명의 경찰을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방침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