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前회장 부자 법정 출석…이재용 "당시엔 몰랐다"

2008-07-01     뉴스관리자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공판에서 피고인인 이 전 회장과 증인인 아들 재용씨의 `불편한' 만남이 이뤄졌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사건' 6번째 공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재용씨는 차분하게 증언했지만 긴장한 모습도 눈에 띄었고, 이 전 회장은 변호인의 퇴정 요청과 재판부의 허가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켰다.

   재판장이 재용씨에게 증언거부권이 있다고 주지시키고 증언할 지를 묻자 그는 "증언하겠다"고 답했고 이에 변호인인 조해섭 변호사가 대질신문 계획이 없다면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이 전 회장이 퇴정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재판장 허락을 얻었다.

   그러나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곁에서 조 변호사를 `툭툭' 치던 이 전 회장은 갑자기 마이크를 잡아당긴 뒤 "그냥 있겠다"고 말하고는 자리를 고수했다.

   특검은 재용씨의 유학에 대한 질문으로 신문을 시작했고 그는 대체로 특검을 향하거나 정면 또는 허공을 응시하며 나직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그는 양 발을 바닥에 붙이고 허리를 의자 등받이에 기대 안정된 자세를 취했지만 발언 중 몇 차례 제스처를 취할 때를 빼고 줄곧 두손을 맞잡고 있었으며 습관적으로 회전의자를 좌우로 움직이거나 음료수 컵이 든 손이 떨리는 등 긴장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재용씨는 질문에 옛 기억을 떠올리 듯 천천히 말했고,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 등에는 "당시는 몰랐고 나중에 알았다"고 시기를 구분해 신중하게 답했으며 몇몇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흔들며 대답하는 등 강하게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검찰의 질문이 "증인 가족들은…"과 같이 가족 관계를 강조한데 반해 그는 이 전 회장을 "회장님" 또는 "회장"이라고 칭했고 "증인의 재산관리는 누구의 의사에 따라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회장님, 아버지께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셔서 당연히 따르는 것이 도리라서 그렇게 하지만 법적인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며 비로소 부자 관계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그는 자신의 재산에 대한 질문에 "당시에는 관심을 가질 사항이 아니었다"거나 "뉴스를 보고 주식 취득 사실을 알았다"는 등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법학 교수들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의혹을 고발한 것에 대한 생각을 재판장이 묻자 재용씨는 "법학 교수들의 지적인 만큼 남다르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과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느꼈던 것 같다"며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아들의 증인 출석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재용씨를 응시하기도 하고 간혹 시선을 피하기도 했으며 삼성 관계자를 비롯한 200여명의 방청객들도 답변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증언을 마친 재용씨는 휴정한 사이 이 전 회장을 따라 피고인용 휴식 공간에 들어가려다 이를 말리는 주변의 권유로 바로 귀가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법원에 출석하며 재용씨의 도의적 책임을 묻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으며 아들과 함께 법정에 선 것에 대해서는 "좋은 것이 아니다"고 짧게 말했고 10여분 앞서 도착한 재용씨는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