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혼유사고, 무조건 '배째라'"
SK.S-Oil.현대오일뱅크 "우린 책임 없어"..주유소"맘대로 해"
주유소의 혼유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혼유사고는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거나 휘발유차에 경유를 주유해 차량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것.
대부분 주유원의 작은 실수로 발생하지만 피해는 돌이킬수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차량의 연료통을 모두 세척해야 하는데다 엔진계통에도 손상을 줘 적지 않은 수리비가 들어간다.
그러나 피해규모가 적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주유소들이 보상을 미루거나 회피해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또 직영이 아닌 가맹 주유소일 경우 본사 차원에서도 해당 주유소와 해결하라고 뒷짐을 지기 일쑤다. 소비자들은 "주유소들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스오일등 대기업 정유사 간판을 달고 있는데 가맹인지 직영인지를 어떻게 구분하며 브랜드를 믿고 찾아간 소비자들에게 가맹점 핑계만 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책임회피"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 사례 1 - 지난 6월 27일 서울 중구에 사는 안모씨는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S-Oil에 들렀다가 낭패를 봤다. 주유원의 실수로 경유를 넣어야 하는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고 만 것.
안씨는 다행히 주유 중 혼유사실을 파악하고 주유소 사장을 불러 피해사실을 알렸다. 또 빠른 대처방법으로 정비업체의 전문가와 전화 상담을 통해 차를 진행시키지 않고 그자리에 두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잘못된 기름을 넣고 시동을 켤 경우 엔진계통으로 들어가 연료통뿐 아니라 엔진까지 수리해야 하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안씨는 상담내용(만약 세척만 할 경우 차후의 고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못 진다. 연료통을 새로 교환할 것을 권함)을 주유소 사장인 이씨에게 전달한 후 연료통 교환을 요구했다.
그러자 주유소 사장 이씨는 “세척만 해도 되며, 연료통 교환을 해줄 수 없다. 법대로 하자”는 식으로 이씨의 요구를 완강히 거부했다.
안씨는 “당시 혼유사실을 알고도 주유소측은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안씨에게 차를 한쪽으로 빼라는등의 요구를 했었지만 자신이 완강하게 버텨 더 큰 피해를 막았다. 엔진시동을 걸었다면 휘발유가 엔진으로 들어가 수리비가 최고 10배 이상 나올 수 있었다"며 "자신의 재치로 피해를 막았는데도 제대로된 수리를 회피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처사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씨는 이씨와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할 수 없이 견인차를 불러 서울의 정비업체로 이동해 연료통을 교환했다. 현재 안씨는 연료통교체비와 견인비용, 자동차렌트비 등 피해액 100여 만원을 이씨에게 청구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씨는 여전히 “안씨의 피해액 중 40만원만 주겠다”며, “나머지 일부금액은 법적으로 해결하라”며 버티고 있다.
안씨는 답답한 심정에 S-oil 본사에 상담도 해보았지만 회사측은 “직영주유소가 아닌 가맹점이기 때문에 품질사고가 아닌 서비스에서 생겨난 문제는 연대책임을 질수 없다”며, 당사자들 끼리 해결하라"는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
안씨는 “앞에서는 모 연예인까지 동원해 ‘좋은 서비스’광고를 외치지만 뒷전에서는 그 말들이 정말 무색하게 들린다. 소비자들의 불만에 안일하게 대처하는 주유소측도 문제지만 큰 기업을 운영하는 S-oil측의 대처모습에도 큰 실망이다”고 하소연 했다.
#사례 2 - 소비자 김모씨도 지난 4월 24일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SK주유소에서 혼유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주유 시 ‘경유’라고 언급했고 주유구에도 ‘경유만 넣어야한다’는 경고 글이 있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1km쯤 주행 시 차가 멈추고 시동이 걸리지 않아 차량 사업부로 연락해 견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유전표를 확인한 결과 무연휘발유를 주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주유소 측은 과실을 인정하며 “보험처리하고 렌트카를 보내주겠다. 보험회사에서 연락 오면 주유소 안에서 혼유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해 달라”며 허위진술을 요구했다.
다음날 보험설계사에게 운행 중 차가 멈춰 혼유된 사실을 알게 됐다는 내용을 사실대로 얘기했다. 그러자 설계사는 “그렇게 말하면 접수가 안 되는 것은 물론 주유소 측에서 협조하지 않아 렌트비용과 자동차보상까지 처리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주유소 소장은 “쌍방과실이라 5:5, 7:3 비율로 분담해야 한다. CCTV가 여러 대며, 주유하는 것을 지켜본 사람도 있다”는 등의 억지를 쓰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김씨는 “100% 명백한 주유소 과실인데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다니 용서가 안 된다. 주행 중 갑자기 차가 멈추는 바람에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 했는데 책임을 소비자에게 덮어씌우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례 3 - 소비자 정모씨도 지난 2월 울산 서부동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의 혼유 실수로 인해 차량에 큰 피해를 입었다.
‘경유 3만원’을 주유하고 5km가량 운행이후 시동이 계속 갑자기 꺼져버린 것. 우선 정비업체로 견인 후 다음날 정비소에서 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넣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주유소에 사실을 알리고 렌트카를 요구했지만 “렌트카는 안 된다. 대신 차량을 완벽히 고쳐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며칠 후 주유소는 처음 약속을 번복하며 “세척만 해 줄 수 있다. 억울하면 법대로 하라”며 발뺌했다.
일주일후 주행 시 차량이상이 느껴져 직영 서비스센터에 들려 점검을 받았고 정비직원은 “혼유로 인해 자동차 연료계통이 손상되어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유소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답답한 심정으로 현대오일뱅크 본사로 문의해 보았지만 정씨에게 돌아오는 말은 “주유소 실수로 일어난 사고인데 손상된 부품교환은 주유소와 협의해야 한다는 답변 뿐”이라며 억울한 심정을 하소연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혼유 사고는 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증가했다. 대부분 경유 차량에서 일어난 사고이다. 경유 차량의 연료 주입구가 상대적으로 커서, 경유와 휘발유, 두 종류의 주유기를 모두 쓸 수 있기 때문에 오는 부주의 탓 이다.
한국소비자원은 “대부분 주유소 직원의 착각이나 부주의로 혼유사고가 발생하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는 43%에 불과하다. 전국 1만 2000여 개 주유소 가운데 혼유사고 보험에 가입한 곳은 10%에 불과해 보상 받기도 어렵다”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름을 넣을때 카드 영수증에서 연료의 종류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자동차정비 전문가들은 “엔진에 떨림이 온다거나 운전자가 악셀을 밟아도 차가 잘 안 나간다면 바로 시동을 끄고 가까운 협력업체에 들어가서 점검하는 것이 좋으며, 시동을 걸기 전에 혼유사고를 발견하면 수리비로 10만 원 정도로 해결되지만, 일단 시동을 걸면 최고 6백만 원까지 수리비가 들어간다”며 소비자들의 적절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