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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정기 승차권 잘못 썼다 3시간 발묶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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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정기 승차권 잘못 썼다 3시간 발묶여"
무기명-유기명 구분 코레일 편의에 맞춰져 소비자 혼란
  • 조은지 기자 eunji.jo@csnews.co.kr
  • 승인 2013.02.08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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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승차권 유통과정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코레일 회원 가입 후 구매한 티켓은 회원 번호가 입력되어 있어 사실상 '유기명'임으로  분실이나 도난 시 당연히 환급이나 재발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코레일 승차권의 대부분은 ‘무기명 증권’과 같다. 무기명 증권은 특정인을 권리자로 표시하지 않고 소지한 자를 권리자를 인정하는 유가증권으로 타인에게 판매나 양도 가능하다. 또한 분실한 승차권이 사용된 경우에는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에 부당함을 주장하는 소비자와 이용 약관 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코레일 측의 갈등이 민원의 주된 패턴이다.

이처럼 무기명 방식에 의해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지만 코레일 측은 유기명 방식을 적용할 시 여러 불편함과 가격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며 귀를 막고 있다.

◆ "아버지 회원번호로 구입한 정기 승차권 탓에 출근길 3시간 동안 억류 당해"

부천시 소사구 괴안동에 사는 이 모(남)씨는 코레일 철도 회원이다.

수원으로 출퇴근하는 딸이 안쓰러워 정기 승차권을 구매해주고자 코레일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정기 승차권을 구매하려하자 코레일 멤버십 번호로 로그인을 하라는 창이 떴고 자신의 회원번호를 입력해 10일 정기 승차권을 구매했다.

며칠 뒤 회사로 출근한 딸에게서 '수원역에 붙잡혀 있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게 된 이 씨. 이유인 즉 승객인 딸이 철도 회원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코레일 규정 및 약관 상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

사회 초년생인 딸에게 납부하지 않을 시엔 경찰에 넘기겠다는 엄포는 물론 고성으로 윽박지르는 등의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

이 씨는 규정에 어긋난 일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음을 거듭 설명했지만 코레일 측은 과태료 33만8천800원을 납부 전까진 딸을 보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필 현금이 없는 상황이라 카드로 납부토록 요청하자 수원역으로 카드를 직접 가지고 와야 한다고 답했다. 당장 이동이 불가능해 "차후 반드시 납부하겠다. 코레일 회원 번호를 알고 있으니 신원이 확실하지 않냐"며 우선 딸이 출근할 수 있도록 선조치를 요청했지만 당장 송금하지 않으면 경찰에 넘기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어쩔 수 없이 급히 대출을 받아 송금했고 수원역에서 3시간이나 억류되었던 딸은 그제야 출근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승차권 구입 창에 실명으로 표를 사고 승차해야 된다는 명시도 없었고 승객 신분을 기재하는 부분도 없었다”며 “코레일 회원으로 구입했다고 할인이나 혜택을 받은 것도 아닌데 너무한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정기승차권의 경우 할인율이 무려 50%로 할인율이 높아질수록 제한조건이 많아지는 건 당연하다”며 “정기권은 일반적인 무기명 승차권과 달리 유기명 승차권이기 때문에 회원 본인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 분실 기차표 ‘주운 사람이 임자’ 뒷짐

서울 금천시 시흥2동에 사는 황 모(여.38세)씨는 최근 자동인출기를 이용해 부산-광명 KTX 기차표를 발권했다 낭패를 겼었다.

그는 지난달 6일 예매해 둔 기차표를 자동인출기에서 발급처리하려다 영수증만 받고 정작 기차표를 챙기지 못한 실수를 했다.

곧바로 코레일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누군가 황 씨가 잃어버린 기차표를 다른 날짜로 변경해 갔음을 알게 됐다. 분실 승차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승인거절을 요청했지만 ‘열차표는 유가증권이라 표를 가진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다’며 거절당했다.

결국 5만5천200원에 기차료를 다시 구매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황 씨. 억울한 마음에 코레일에 항의하자 자신들은 책임이 없으니 경찰에 신고하라는 답이 전부였다고.

다행히 경찰에 의뢰한 끝에 기차표를 습득한 사람을 찾아내 피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황 씨는 “결제만 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주운 사람이 임자’라는 코레일의 기준이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회원 가입해 구매한 표인데 승인거절 등 모든 요청을 외면하고 무조건 규정만을 내세웠다"며 표 도난 및 분실을 코레일 측이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 승차권의 경우 무기명채권으로 현금과 같다. 표를 잃어버리면 표를 재발급 받을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이 표를 주워 좌석을 바꾼다거나 현금화 하는 경우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열차 출발 전 무기명 승차권을 분실한 경우 코레일 측에 재발행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분실한 승차권의 운송조건 및 발권내역(열차 종류,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좌석번호를 지정하지 않은 승차권, 분실 승차권이 사용된 경우, 분실 승차권의 유효기간이 지난 경우는 제외된다.

◆ 무기명? 유기명? 제대로 알고 구매해야

앞선 두 사례의 차이점은 승차권이 '유기명'인지, '무기명'인지에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명확히 구분해서 인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코레일 멤버십에 가입한데다 열차 승차권에 본인 철도회원 번호가 기명되어 있어 구매자들은 유기명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사실상 무기명 티켓에 해당한다.

코레일 측은 "회원이 승차권 구매 후 사정이 생겨 가족이나 지인에게 양도하거나 동일 가격으로 재판매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코레일이 구매자와 승객의 관계나 분실, 도난, 재판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 '승차권=무기명 유가 증권'으로 취급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승차권이 무기명식은 아니다. 홈티켓과 정기승차권은 본인만이 사용가능한 유기명 티켓이다. 어플로 구매한 티켓과 SMS 티켓 역시 특정인만 사용 가능해 기명식과 유사하다는 것이 코레일 측의 설명.

하지만 이같은 코레일 측 운영방식에 많은 이용자들이 의문을 나타냈다. 유기명과 무기명 분류의 의미가 없다는 것. 분류 및 규정 역시 지나치게 코레일 측 편의에 맞춰졌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코레일 멤버쉽으로 회원가입하기 위해서 별도의 가입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결국 앞서 황 씨의 딸 역시 간단히 회원가입해 정기권을 구입했다면 엄청난 벌금을 내고 굴욕적인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었다는 뜻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코레일 측은 이용자 불만 해결을 위해 모든 티켓을 유기명으로 처리할 경우 경비 증가로 인한 가격상승 등 문제점이 속출한다는 입장이다. 개별적인 승차권 확인을 위해 항공기 이용 시처럼 탑승 시 시간을 엄수해야 하는 등 이용자에게 불편이 가중되고 관리에 필요한 인력 추가가 불가피하다는 것.

코레일 관계자는 “출퇴근을 열차로 하는 승객들 대부분이 열차 출발 1분 전에 승차한다. 유기명으로 전환할 경우 승차 시간이 앞당겨지게 되고 시간에 맞춰 역에 도착하지 못하면 항공기처럼 대기자에게 티켓을 재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기 승객이 300명 가량인데 반해 열차는 1천명 혹은 그 이상이다. 승객이 실 구매자와 일치하는 지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할 것이고 이는 결국 가격 상승과 직결된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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