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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생겨 여행 못가도 90%는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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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생겨 여행 못가도 90%는 내라"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0.05.2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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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보라카이 여행상품을 구입해했던 한 소비자가 출발 3일전 임신진단을 받고 부득이하게 취소요청을 했지만 여행비의 90%를 날릴 상황에 처했다. 출발 3일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 10%밖에 환불을 받지 못한다는 특별약관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사는 오 모(여․34세) 씨는 남편과 함께 지난 3월 30일 여행전문업체인 여행산책과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떠나는 마닐라․보라카이 여행상품을 계약했다.

여행상품 내용과 일정에 대한 설명 외에는 다른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비용은 1인당 90만원 총280만으로 우선 계약금 30만원을 지급하고 5월 17일 나머지 잔금을 치렀다.

하지만 오 씨는 잔금을 치르던 날 임신사실을 알게 돼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았고 다음날 임신확진과 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19일 초음파 검사 결과 임신5주 사실과 함께 '절박유산 자궁근종 임신5조' 진단을 받았다. 주치의는 임신초기라 위험하니 비행기 등 장거리 여행은 가급적 피할 것을 권고했다.

오 씨는 여행사 측에 사정을 설명하고 계약취소 및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계약서에 명시된 '특별약관' 규정을 이유로 10%밖에 환불해 줄 수 없다고 했다. 20% 정도의 위약금만 물면 된다고 생각했던 오씨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업체 말대로 특별약관에 '여행 출발 3일전까지 취소시 : 총 여행 경비의 90% 차지'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그는 내용증명을 보내 계약 당시 특별약관 내용을 설명 듣지 못했다며 부당한 계약이라고 항변했지만 업체 측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며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오 씨는 "출발을 앞두고 계약을 취소한 것은 내 잘못이지만 임신초기라 유산위험이 있어 불가피하게 환불을 요청한 것"이라며 "계약자가 반드시 알아야할 약관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표준약관에 근거해 환불해 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행산책 관계자는 "특별약관에 대해 설명하진 않았지만 계약서에 분명 명시가 돼 있고 오 씨도 이 내용을 확인했기 때문에 계약서에 이름과 인적사항 등을 기재해 우리에게 보낸 것"이라며 "규정상 10%밖에 환불이 안되지만 오 씨 사정을 감안해 리조트 숙박권 매매 등 환불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 씨가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는 여행을 가도 괜찮다고 하더니 다음날 계약해지를 요청했다. 다른 사람으로 대체까지 해주겠다고 했지만 또 다시 말을 바꿨다. 계약자 개인사정까지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여행업표준약관(국외여행)에 따르면 여행자는 출발 전 질병 등으로 신체에 이상이 발생해 여행참가가 불가능한 경우 계약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또한 특별약관을 맺을 경우 여행업자는 여행자에게 표준약관과 다름을 설명해야 한다.

특히 표준약관보다 불리한 내용은 '약관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따라 여행업자가 그 내용을 설명해야 하며 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표준약관에 의거해 환불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배윤성 금융보험팀장은 여행업 특별약관과 관련해 "여행사에서 정한 약관에 따라 환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소비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특별약관의 경우 반드시 그 내용을 계약자가 잘 볼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명시하고 설명해야 한다"며 "만약 여행업자가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을 경우 표준약관에 의거해 환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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