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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 이물질?..신고한 놈만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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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 이물질?..신고한 놈만 바보!
식약청 보고했다가 매출 '휘청'..버티다 걸려도 벌금 300만원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0.06.04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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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올해 1월4일부터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될 경우 24시간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보고를 하도록 한 규정을 놓고 식품업체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성실하게 규정을 따른 업체들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는 반면, 신고를 하지 않은 업체들은 설령 적발이 되더라도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식약청의 규정이 소비자를 보호하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4시간내 보고 규정 지키면 손해

실제로 최근 식약청에 이물질 보고를 했던 업체들은 하나 같이 막대한 매출 손실과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튀김가루에서 죽은 쥐가 검출된 S사와 시리얼에서 금속관이 나온 N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업체는 규정을 지켰다가 큰 손해를 입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물질이 나왔는데도 신고하지 않고 넘어가는 양심 불량한 업체들이 많다는 하소연이다.

이같은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식품 이물질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될 경우 행정처분은 과징금 300만원에 불과하다. 이물질을 보관하지 않은 식품업체에는 과징금 100만원 처분이 고작이다. 

때문에 "이물질을 신고해서 손해를 입는 것 최대한 버티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가 식품업계에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이물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가 행정처분을 받은 한 업체의 관계자는 “이물 발생 사실이 공표된 이후 매출 타격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며 "솔직히 신고를 한 게 후회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이물질 보고를 미루다가 소비자의 지적으로 뒤늦게 신고를 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소비자 오 모(남.30세)씨는 지난 3월 말 동서식품의 커피믹스를 타먹다가 벌레를 발견했다. 오 씨는 동서식품이 자신의 연락을 받고도 한참 뒤에야 식약청에 이물 발생 신고를 했으며, 심지어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불만 접수일이 분명 3월 31일로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식약청에는 4월8일 오후 3시경에 신고가 됐다는 것이다. 

오 씨는 "해당 업체에서는 식약청에 신고했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알아보니 신고가 돼 있지 않았다. 나중에 뒤늦게 신고가 들어갔고, 24시간 규정을 어겼는데도 별 다른 징계를 받은 것 같지 않더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

업체들, 신고 보다 소비자 무마에 주력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품업체들은 문제가 생기면 식약청에 보고하기 보다는 소비자를 설득해 사건을 무마하는 데 오히려 공을 들이고 있다.

식품 이물 보고가 의무화된 취지는 업체들이 제조공정에서 이물질 혼입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게 만들려는 취지지만, 소비자를 달래서 문제를 덮는 관행을 근절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이 사실은 식약청도 실감하고 있다.

전은숙 식약청 식품안전국장은 3일 식품이물관리개선대책 브리핑에서 “아직까지 제조 및 유통단계에서 시설미비 또는 관리미흡으로 당초부터 있었던 이물 검출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이물 저감화 노력보다 소비자와 딜(deal)을 하려는 관행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눈치 보느라 제조사는 '쉬쉬'

또 다른 문제는 대형마트가 독자적으로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체가 납품계약이 끊길 것을 우려해 이물 발생 사실을 숨기려는 경향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유통 및 판매업체에 이물 신고를 했을 경우 모든 책임이 고스란히 제조업체 몫인 게 사실이다.

과거 대형마트 PB상품이었던 즉석밥에서 곰팡이가 피었다는 소비자의 신고를 제조업체에서 무마하려다 일이 커졌다. 결국 식약청까지 곰팡이 즉석밥 조사에 나섰지만, 비난여론에서 대형마트는 쏙 빠져 있었다.

그럼에도 2010년 6월 현재까지 유통판매업체에 묻는 책임은 극히 한정적이다. 지금까지 판매영업자에게 위탁생산하는 식품업체에 대해 의무적으로 위생관리를 점검.관리해야 할 책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마트 튀김가루에서 쥐사체 검출되자 책임추궁은 제조사에 집중됐고 식품업체들은 ‘또 제조업체만 죽겠네’하는 반응을 보였다.

식약청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B상품 등 판매영업자의 관리책임을 강화시키기 위해 제조단계 관리강화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의 대책을 3일 발표했다. 다만 이 제도가 언제 시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식품업계에서 ‘갑(甲)’으로 통하는 유통업체에 얼마나 책임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식약청 식품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식품위생법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 PB상품 등의 안전관리책임을 강화할 방침"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관계부처 의견수렴 중이므로, 어디까지 위생관리 의무화를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법개정에 의견수렴 및 의견조회, 입법예고 등의 절차가 있어야 함을 감안하면 실제로 어떤 개정안이 만들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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