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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몰의 '갑질'...걸핏하면 품절 핑계로 구매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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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몰의 '갑질'...걸핏하면 품절 핑계로 구매 취소
재고 수기로 관리해 구멍 숭숭...'자동 결제 취소' 책임 묻지도 못해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4.04.25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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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한 백화점 인터넷쇼핑몰에서 옷을 주문했다. 하지만 3일 뒤 재고가 없어 취소가 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혹시나 해서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해당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김 씨가 고객센터 측에 문의하자 재고가 남아있는 매장으로 주문서가 들어갔지만 해당 매장에서는 품절이 됐기 때문에 문자메시지가 발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항의하자 모든 매장에서 품절이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주문을 하면 받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재주문을 했는데 또 재고가 떨어지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다시 결제가 취소될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백화점 온라인쇼핑몰인데 재고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며 “당장 필요한 제품을 시켰으면 크게 낭패를 볼 뻔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 서울시 금천구에 사는 이 모(여)씨 역시 얼마 전 엄마 생신 선물을 사기 위해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 씨는 혹시 물품이 늦게 도착해 낭패보는 일을 막기 위해 생일 닷새 전에 결제를 마쳤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물품이 도착하지 않았고 생신 하루 전날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자신도 모르게 '주문 취소'가 돼 있었다. 재고가 없어서 자동 취소됐다는 고객센터 측 설명에 황당해 항의하자 하루 전날 메일로 취소 사실을 통보했고 오늘 중에 전화도 할 예정이었다고 변명을 늘어놨다. 이 씨는 “재고가 없으면 판매를 하지 말던가, 미리 알려줬으면 다른 방법으로 선물을 구하지 않았겠냐”며 “소비자 본인의 동의 없이 카드 결제를 취소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고 궁금해했다.

온라인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품절로 인해 소비자가 모르게 ‘자동 구매취소’ 되는 고질병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문자메시지 등으로 취소 통보를 받은 후에도 해당 쇼핑몰에서는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는 경우도 많아 재고관리의 허술함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탄의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에는 한 달에 10건 이상씩 꾸준히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글이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같은 제품을 가격만 올려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보니 소비자의 불신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중개업체인 오픈마켓뿐 아니라 엘롯데, SSG닷컴(신세계), 현대H몰 등 백화점과 연결된 온라인쇼핑몰에서 이 같은 문제가 자주 발생해 상품을 가격비교해가며 신중히 구매결정한 소비자들의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 셈이다.

피해 소비자들은 "무조건 수량이 많다고 올려둬 대금 결제까지 끝낸 소비자를 볼모로 잡아두고 품절이니 구매취소했다는 일방적인 통보에 형식적인 사과 한마디면 끝이다. 시간 낭비에 원하는 제품 구입할 기회를 잃은 소비자의 피해를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느냐"고 입을 모았다.

◆ 재고 현황 수기 처리에 제재도 못해...허술한 시스템 '구멍'

지속적인 문제를 두고 온라인쇼핑몰 측에서는 매장에서 재고 수량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해명하고 있다. 매장에서 실시간으로 제품이 판매되는데 재고 현황을 수기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오픈마켓은 배송 지연 시 벌점 등으로 제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백화점에서는 동반성장 정책에 묶여 벌점 등 압박을 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결제 후 품절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입점된 브랜드를 관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품절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제15조(재화 등의 공급)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15조 2항에 따르면 “통신판매업자는 청약을 받은 재화 등을 공급하기 곤란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유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품절 등으로 재화를 공급하지 못하게 됐을 때 ‘지체없이’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에 이를 어길 경우 국민신문고 등에 신고하면 공정위에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카드명의자 동의 없이 ‘자동 취소’, 문제 없어?

그렇다면 ‘내 동의 없이’ 카드 취소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온라인쇼핑몰 측은 소비자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해서 카드 취소를 지체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카드 결제일이 지나 승인이 확정되면 오히려 소비자가 실질적인 금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

전자상거래법 제 15조 2항에도 “선지급식 통신판매의 경우에는 소비자가 그 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한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환급하거나 환급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쇼핑몰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품절에 대해 알리는 것보다 먼저 결제 취소를 진행한 뒤 ‘재고 부족 시 자동 취소’라는 황당한 설명을 늘어놓게 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소비자 몰래 결제를 승인할 경우 금융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제재를 하고 있지만 취소에 대한 부분은 조건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이 없이 신용카드로 거래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 즉 가맹점에서 임의로 카드 결제를 승인하는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제19조) 위반이지만 ‘취소’에 대한 규정은 없다.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 제4조 3항에는 “가맹점은 거래승인을 받은 후 그 거래가 취소되었거나 완결되지 않았을 경우 즉시 조회기 또는 기타 카드사가 정한 방법으로 카드사에 거래 승인 취소요청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 소비자의 동의에 대한 언급은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온라인쇼핑몰과 소비자가 물품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며 “물품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 당연히 대가를 돌려주는 것에 대해 소비자의 동의가 있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취소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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