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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리콜 1년 새 3배…'복불복'운명에 소비자들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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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리콜 1년 새 3배…'복불복'운명에 소비자들 '덜덜'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4.09.18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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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동구 천호2동에 사는 허 모(남)씨는 지난 4월 초 출고한 지 8개월에 불과한 '쉐보레 스파크 LT'차량에서 주행도중 엔진이 떨어지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다행히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구입한 지 8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 하자를 의심했다고. 인터넷 동호회에서도 동일한 경험을 한 소비자가 여럿 있었고 일부 소비자는 교환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제조사에서는 보증기간 이내이기 때문에 무상수리가 전부라는 입장이었고 리콜에 대해서도 소극적이었다고. 허 씨는 결국 제조사 제안대로 무상수리를 받았지만 꺼림직한 마음을 지울 수 없어 중고차로 팔았다. 이후 지난 7월 국토교통부는 주행시 변속마운트가 파손될 가능성이 높은 '스파크' 2만8천여 대에 대해 리콜조치를 내렸다.

# 대구 서구 평리동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설날 2010년식 'SM5' LPG 차량을 몰다가 시동이 꺼져 당황했다. AS센터에서는 커넥터 문제인 것 같은데 다시 타보라고 돌려보냈고 다음 날 출근길에 시동이 다시 꺼졌다. 이후 사업소에 수리를 맡겼고 전기쪽 배선 커넥터만 손 보면 될 것 같다며 다음 날 차량을 출고받았다. 그러나 시동꺼짐 현상은 사라지지 않았고 정밀조사 결과 수리비만 180만원이 나왔다. 하지만 제조사는 하자가 발생한 것은 죄송하지만 무상수리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4월 국토부의 리콜조치에 따라 시동꺼짐 가능성이 제기된   'SM5' 16만1천700대가 리콜됐다. 이 씨는 "주행 중 시동꺼짐은 중대하자임에도 유상수리를 줄곧 주장한 제조사가 황당했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자동차 리콜건수가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급증,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소비자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는 긍정적 입장과 완성차 업체의 품질하락을 보여주는 상징적 수치라는 입장으로 갈리고 있는 것.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신고된 자동차 리콜건수는 총 56만4천481대(이륜차, 상용차 제외)로 지난 해 8월까지의 리콜대수(18만3천673대)에 비해 3.1배나 늘었다.

최다 리콜대수 제조사 상위 5개사 

순위

제조사

대표

리콜대수

1

기아자동차

이형근·이삼웅

182,854

2

르노삼성자동차

프랑수아 프로보

161,700

3

현대자동차

김충호·윤갑한

122,561

4

한국지엠

세르지오 호샤

50,891

5

한국토요타

요시다 아키히사

12,610

* 이륜차·상용차 제외


특히 내수 시장 판매대수의 85% 이상을 책임지는 국산차의 리콜대수가 51만8천여 대로 전체 리콜대수 대비 91.8%를 차지했다. 지난 해(89.9%)보다 1.9% 포인트나 상승했다.

폭증한 리콜대수의 대부분은 국산차가 차지했다. 지난 3월 중순 기아자동차(대표 이형근·이삼웅) '모닝'과 '레이'가 주행 도중 '백연현상'이 발생해 17만7천785대가 리콜 된 것을 비롯해 단일 모델 10만 대 이상 리콜이 3건이나 발생한 것.

주행 도중 '시동꺼짐'이 발생한 르노삼성자동차(대표 프랑수아 프로보)의 'SM5'도 4월 '점화코일배선과 엔진배선을 연결하는 커넥터 내부 핀의 접촉불량' 사유로 16만1천700대가 리콜됐고 현대자동차(대표 김충호·윤갑한)의 '투싼ix' 역시 운전대 경음기 문제로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문제로 12만2천561대가 리콜조치를 받았다.

수입차 리콜도 만만치 않다.  지난 해 8월까지 1만8천566대에 그쳤던 리콜대수가 올해 같은 기간 4만6천475대로 2.5배 늘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대표 요시다 아키히사)의 고연비 차량 '프리우스'가 지난 2월 '하이브리드 시스템 제어프로그램 결함'으로 7천347대가 리콜된데 이어 같은 달 캠리를 포함한 6개 모델의 시트 히터가 국내 및 미국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아 5천232대가 리콜되는 등 총 1만2천610대가 리콜됐다. 수입차 업체 중 리콜이 가장 많았다.

리콜모델 최다 배출 제조사 상위 5개사

순위

제조사

대표

리콜 모델수

1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정재희

10

2

크라이슬러코리아

파블로 로쏘

8

3

한국지엠

세르지오 호샤

6

4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데이비드 맥킨타이어

5

한불모터스

송승철

* 이륜차·상용차 제외


특히 수입차는 국산차에 비해 판매대수가 적어 국내에서 리콜 대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리콜 모델수에서는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10개 차종), 크라이슬러코리아(9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한불모터스(이상 5개) 등 상위권을 독식했다.

◆ 리콜에 대한 긍정적 의식의 변화? 완성차 업체들의 품질하락?

업계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자동차 리콜대수를 놓고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리콜'에 대해 과거보다 부정적인 인식이 줄어들었고 제조사 입장에서도 결함을 숨기기보다 신속하게 인정하고 개선하는 것이 낫다라는 분위기다. '늑장리콜' 파문으로 위기를 맞는 미국 GM 사례가 주는 교훈이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작용했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상수리 개념이 짙었던 기존 리콜은 부정적 인식이 태반이었지만 현재는 부정적 인식 뿐만 아니라 제조사가 결함을 신속히 인정함으로서 오히려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긍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1년 새 폭발적으로 증가한 리콜 대수가 오히려 완성차 업체의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입장도 있다.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하면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신차 경쟁'에만 중심을 두다보니 로드테스트를 비롯해 품질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일단 내놓고 고쳐보자'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는 것.

게다가 부품값을 아끼기 위해 '글로벌 소싱'을 장려하고 있지만 문제는 하나의 부품에서 하자가 발생하면 해당 부품을 사용한 모든 차종을 리콜해야해 리콜 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리콜이 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리콜이 발생했다함은 해당 모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리콜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은 극히 제한적인 효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리콜 대수의 급격한 증가는 품질문제와 부품의 글로벌 소싱에 따른 도미노 현상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뛰어난 성능의 모델은 나오고 있지만 완성차 업체들의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소비자 고발센터에도 신차 중대하자 관련 소비자 제보가 수 십건씩 올라올 만큼 자동차 하자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품질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의 안목도 높아진만큼 품질 향상을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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