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품 브랜드의 허접한 품질 관리와 AS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고가 제품이지만 품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명성 만큼이나 품질이나 사후관리가 철저할 거라는 소비자 기대와 달리 쓴 맛을 보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판매에만 열을 올리면서 정작 중요한 AS 등 사후관리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접수된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 관련 불만 제수 건수는 총 34건으로 조사됐다. 매달 5건 이상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주요 민원은 ▶제품 하자 등 품질 불량(19건, 55.9%) ▶교환·환불 및 AS 문제(9건, 26.5%) ▶기타(6건, 17.6%) 순으로 나타났다.
품목도 가방 등 잡화류와 시계, 의류 및 안경 등으로 다양하다.
잡화류의 경우 가방 끈이 떨어지는 문제가 가장 흔히 발생했고 장시간 맨 가방 끈에서 염료가 번지거나 비를 맞은 후 염료가 묻어나는 민원이 뒤를 이었다. 시계는 내부에 습기가 차거나 시간이 느려지는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문제는 비싼 가격만큼 완벽한 사후처리를 기대하는 소비자와 달리 명품업체들이 사용자 과실을 들어 선을 긋는다는 데 있다. 일단 제품을 사용한 이후 발생한 건에 대해서는 대부분 소비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
AS가 유료로 진행될 경우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 수선이 아예 불가능한 예도 상당수다.
명품이라 조심스럽게 아껴 사용해 온 소비자들은 허접한 제품질과 무책임한 제조사, 판매 경로에 따른 AS차별 등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만 올릴 게 아니라 퀄리티와 사후 관리도 철저히 해야만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으며 "소비자도 명품 구입 시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만약의 경우 AS나 사후처리 규정에 대해서도 확인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125만원 명품 가방 '물빠짐' 놓고 소비자-제조사 진실공방
인천 연수구에 사는 오 모(여)씨는 지난 6월 유럽여행 중 맨 루이비통 가방 때문에 옷을 버렸다고 주장했다. 가방 끈에서 나온 붉은색 염료가 옷에 물들었다는 것. 귀국 후 구입처인 루이비통 매장을 찾아 하자여부를 의뢰했다.
두 곳의 외부기관 심의 결과 ‘약간의 물빠짐이 발생되기는 하나 의류에 이염된 색상과는 상이한 것으로 가방에 의한 이염으로 보기 어려움’이라고 판명됐다. 매장 직원들 앞에서 직접 문질러 눈으로 확인했는데도 딴판으로 나온 심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오 씨의 주장. 루이비통코리아 본사 역시 염료가 묻어날 수는 있으나 제품 이상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업체 측은 "특성상 이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제품이 있고 이에 대해 구입 전 안내하고 있으나 문제된 제품은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제품"이라며 당혹스러움을 드러냈다.
◆ 700만원 롤렉스시계 면세점서 사면 공식 AS못받아?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해 1월 워커힐면세점서 1천600만 원 상당의 롤렉스 예물시계 세트를 구입했다. 고가품이라 간간히 착용했을 뿐인데 손목에 쇳가루 같은 것이 거뭇하게 묻어나 구입처를 찾았다.
시곗줄을 새 것으로 교체 받았지만 검은 이물이 여전히 묻어나 환불이나 교환을 요청했지만 거절됐다. 오히려 시계 문제가 아닌 김 씨 피부 상태나 땀, 화장품 등 다른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롤렉스코리아 본사에 도움을 요청해도 "구입 매장과 해결해야 한다"는 답변 밖에 들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롤렉스코리아 담당자는 “일반적인 수리의 경우 롤렉스코리아가 공식서비스센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처리가 가능하다”면서도 “면세점은 판권업체가 달라 교환이나 환불 문제는 구입처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