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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없다며 제멋대로 감가상각 후 보상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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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없다며 제멋대로 감가상각 후 보상 '횡포'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버젓이 두고 보상금액 절반으로 '싹둑'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4.11.17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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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서 모(여)씨는 최근 TV 고장으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2009년 친정어머니에게 선물로 사드린 TV의 USB단자에 전기가 통해 TV 메인보드가 상한 것으로 부품 값은 6만 원 정도로 예상됐다. 하지만 부품 조기 단종으로 수리가 불가능하다며 감가상각을 적용해 제품값 27만 원을 보상해주겠다고 서 씨는 약 140만 원 가량을 주고 샀는데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반발했지만 업체 측은 구입처와 구입가격이 적힌 영수증 등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아 평균 판매가격으로 계산한 뒤 3개월을 더 쳐준 것이라고 되레 생색을 냈다고. 서 씨는 “부품이 없어 100만 원이 넘는 TV를 새로 사야하게 생겼다”며 “최대한 고객의 편의에 맞춰 감가상각을 했다는데 어떤 방식으로 계산됐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 대전 중구 태평동에 사는 정 모(남)씨도 지난해 1월 30만 원 상당의 텐트 매트를 구입했다가 3번 사용하고는 더 이상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람을 주입해 빵빵하게 만든 매트가 지난 9월 사용했을 때는 공기가 빠져 주저앉아 있었던 것. 업체 측에 AS를 요청했지만 이미 생산이 중단된 매트라며 물건을 환수한 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가상각 후 보상 비용은 12만 원에 불과했다. 이 마저도 현금이 아닌 업체 포인트로 지급했다고. 정 씨는 “단 3번 사용한 매트에 제품 하자가 발생했는데 보상금으로 절반도 못 건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제품의 부품보유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품 단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특히 업체 측이 적용하는 ‘감가상각’ 보상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한 번 구입하면 10년 가까이 사용하는 생활가전서부터 자동차, IT기기, 텐트와 같은 캠핑용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에 대해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일부 부품만 교체하면 앞으로 몇 년은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지만 부품 단종으로 인해 감가상각해 보상금을 받게 됐다는 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를 통해 제조사에서 부품을 보유해야 하는 기간을 명시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일 뿐이라 업체 측의 횡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부품 보유 기간을 지키지 않는 제조사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과 동시에 ‘감가상각’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백만 원의 제품을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부품 단종으로 인해 감가상각을 받고 보니 보상금이 반값은커녕 몇십만 원에 불과한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사 측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계산했는지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안내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의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 잔존가치, 감가상각 개념 및 계산법 제대로 알아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 공산품에 대해 하자가 발생했지만 부품이 없을 경우 감가상각 ‘정액법’을 적용한다. 정액법은 제품 구입가를 전체 내용연수기간으로 나눈 후 사용기간만큼 제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위니아만도 등 가전업체들은 물론 코베아 등 생활용품 관련 업체들도 해당 규정에 따라 보상비를 책정하게 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표기된 감가상각 방법.


앞서 TV 사례를 실제 감가상각 방법에 적용해 보면 140만 원에 구입한 후 5년(60개월)만에 고장났으니 ‘내용연수기간’ 7년 기준으로 1년마다 20만 원씩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5년을 사용했다면 140만 원 중 100만 원 어치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잔존가치는 4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부품보유기간을 지키지 못한 업체 측의 귀책이므로 구입가의 5%(7만 원)을 더하면 된다. 

최종적으로 서 씨는 업체에서 제시한 27만 원이 아니라 총 47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월할로 계산하기 때문에 60개월 사용했는지, 62개월 사용했는지에 따라 잔존가치가 달라진다. 구입가 역시 표기된 권장소비자가가 아니라 할인 등을 모두 포함한 실제 구입가를 나타낸다.

텐트 매트 등의 생활용품 역시 감가상각 정액법이 적용된다.

정 씨의 경우 별도의 기준이 없는 텐트 매트는 내용연수기간이 5년이므로 1년에 6만 원씩 감가상각되며 올해 9월까지로 계산했을 때(21개월) 감가상각되는 비용은 10만5천 원이다. 텐트 매트 잔존가치는 19만5천 원이며 여기에 구입가의 5%(1만5천 원)을 더해 21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업체는 고작 12만 원을 내밀었다.

다만 품질보증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했지만 부품 수급이 어려울 경우에는 제품 교환이나 제품가 환급을 원칙으로 한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보통 부품보유기간은 제조사가 단종을 선언하고 난 뒤부터 계산하는데 대부분 제조사에서 이를 지키지 않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또한 감가상각 역시 제조사에서 부르는 대로가 아닌 제대로 알고 수긍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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