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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말썽? '역직구'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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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말썽? '역직구'도 마찬가지
반품배송비 구입가에 맞먹어...해외거주자 피해 '속수무책'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4.12.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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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에 살고 있는 한국인 천 모(여)씨는 최근 국내 오픈마켓을 이용했다가 실망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구매한 모빌 구성품 중 거치대가 잘못 배송된 것. 천 씨가 잘못 받은 구성품 사진을 찍어 이메일로 항의했더니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선수거 후발송'이라며 배송비 3만 원 가량을 요구했다. 제품 가격과 비슷해 다른 곳에서 제품 하나를 더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천 씨는 “업체 측에서 잘못 배송해놓고 배송비는 왜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받고 싶어도 해외에서 발생한 특수상황 정도로 여길 뿐이라 한 달째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김 모(여)씨도 한국 의류사이트에서 겨울용 코트를 30만 원 가량에 샀다 피해를 입었다. 20일 만에 도착한 제품은 사진과 달리 허접하고 사이즈도 작아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수준이었고 교환을 받기 이해 열흘 동안 입씨름을 해야했다. 업체 측은 먼저 제품을 보낼 것을 요구했고 김 씨 역시 업체가 못미더워 송장번호라도 찍어 보내야 제품을 반송하겠다고 하자 사기꾼 취급을 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김 씨는 “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연락도 잘 안 되고 한 달도 넘게 항의했지만 30만 원을 길바닥에 버린 꼴이 됐다”며 “외국에 있으니 곧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는 건지 대체 누가 사기꾼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최근 해외 사이트에서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는 해외직구뿐 아니라 해외 거주자가 국내 사이트를 이용해 제품을 구입하는 역직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역직구 이용 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내에서처럼 대응이 어려워 해외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올 초 ‘천송이 코트’를 해외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자는 논의는 계속됐던 만큼 롯데닷컴,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인터넷쇼핑몰에서 역직구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불만 사례에 대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운영하는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역직구를 이용한 뒤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 제보가 올해만 수십 건이 올라와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소비자들이 주로 피해를 호소한 만큼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그 피해는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피해 내용은 역직구 시 업체 잘못으로 배송이 잘못 왔는데도 폭탄 배송비를 물었다거나, 불량 제품 교환 과정이 원활치 않다는 문제가 가장 컸다. 또한 시차 때문에 상담이 원활치 않다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 시 겪는 피해가 역직구에서도 똑같이 발생하는 셈이다.

역직구는 해외 수출의 또다른 개념인 해외직판과도 차이가 있다.

국내 쇼핑몰이 해외에 법인 및 사이트를 개설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해외직판은 해당 지역에 배송시설 및 고객센터 등의 인프라를 구축해 피해 발생을 최소한으로 줄이는데 반해 역직구는 국내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불만 처리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문제연구소인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소장은 “국내 판매를 활성화시키는 차원에서 정부에서도 역직구를 권장하고 있지만 판매에만 급급해 불만사안에 대해 처리가 미흡하다”며 “역직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규제를 푸는 것보다 해외직구 사례틑 바탕으로 문제점을 보완,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해외직구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국제거래지원팀을 만들고 해외직구 소비자 피해 예방 및 구제를 위한 조직(가칭 ‘해외거래소비자지원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소비자원은 해외거래소비자지원센터를 통해 해외직구뿐 아니라 역직구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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