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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모를 시동꺼짐 현상에 소비자 '불안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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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모를 시동꺼짐 현상에 소비자 '불안 불안'
출고 1년 미만 신차에서 집중 발생...제조사, 리콜보다 수리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5.01.14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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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사는 권 모(여)씨는 지난해 11월 인수한 폭스바겐 '티구안'이 출고 3일만에 신호대기중 시동이 두 번이나 꺼지는 난감한 경험을 했다. 이후에도 좌회전 신호에서 시동이 꺼져 결국 AS센터에 입고시켜야했다. 보험사에서도 배터리 방전은 아닌 것 같다며 점검을 권유했다. 그러나 권 씨는 이후에도 시동꺼짐의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 권 씨는 신차가 시동이 꺼지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신차를 그것도 시동이 꺼지는 중대결함으로 3일 만에 입고를 시켰는데 원인을 모르니 황당할 따름이다"고 답답해했다.

자동차 시동꺼짐 피해 사례가 매 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이 소비자 피해보상이나 재발방지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동꺼짐 현상은 운행 도중 2차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중대하자이지만 각 제조사와 일선 정비소에서는 대체로 무상수리나 리콜 같은 적극적인 대처보다 일반적인 하자로 간주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해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접수된 '자동차 시동꺼짐' 관련 피해 건수는 총 80건 이었다. 특히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아서 해당 부위를 수리 받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을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 국산차는 물론 BMW,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를 비롯한 수입차까지 국적을 불문하고 피해는 매 년 지속되고 있다.

◆ 출고 1년 미만 신차에서 집중 발생, 운행기간·거리와는 관계 없어

흥미로운 것은 출고 1년 미만 신차에서 시동꺼짐 현상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소비자 고발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시동꺼짐 신고건수 80건 중에서 출고 1년 미만의 신차는 42건으로 전체 피해의 절반이 넘었다.

일반적으로 차량 연식이 오래돼 수리가 필요한 차량에서 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보기좋게 빗나간 것. 일반적인 자동차 보증기간(3년) 미만으로 범위를 넓히면 피해 건수는 65건으로 전체 피해의 80%에 육박한다.


▲ 2014년 소비자 고발센터에 접수된 자동차 시동꺼짐 소비자 피해 유형(단위: 대)

 

더욱이 시동꺼짐 피해를 당하더라도 무상수리를 받지 못하거나 신차의 경우 차량 교환 등 개선된 조치를 요구하더라도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시동꺼짐 현상은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소비자 고발센터에 접수된 통계에서도 피해 건수의 절반 가량은 정비소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 결론내렸고 이 외에도 내연기관 문제, 배터리 급속 방전, ECU 오류, 트랜스미션 불량, 매연저감장치 오류 등으로 시동이 꺼졌다.

게다가 시동꺼짐 하자는 원인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간헐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하자 자체를 입증하기도 애매하다. 주행 도중 시동꺼짐이 발생해 정비소에 수리를 맡겨도 막상 수리 당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되돌아오기도 일쑤다.

◆ 적극적인 대처는 드물어, 일부 제조사는 자발적 리콜 하기도 

현재 자동차 분쟁 해결기준이 소극적이기 때문에 시동꺼짐을 비롯한 중대하자가 발생하더라도 소비자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차량을 타고 다닐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라 '차량인도일로부터 1개월 이내 주행 및 안전도 관련 중대 결함 2회 이상 발생 시' 또는 '12개월 이내에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된 중대하자 4회 이상 재발시'에만 구입가 환급이 가능하다.

결국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분쟁해결 기준에 맞게 하자가 반복 발생해야 문제 차량을 교환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제조사는 규정대로 준수했을 뿐 오히려 불만을 제기한 소비자만 '블랙 컨슈머'로 오인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지난 해 국산차 업계에서는 시동꺼짐 하자와 관련된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반복적인 시동꺼짐 증상이 발견된 르노삼성자동차(대표 프랑수아 프로보) SM5 16만1천700대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리콜 조치를 내린 것이다.

지난 해 국산차 단일 모델 최다 리콜이기도 한 SM5의 시동꺼짐 문제는 점화코일 배선과 엔진 배선을 연결하는 커넥터 내부 핀의 접촉불량으로 시동이 꺼지는 문제가 발생해 리콜됐다.

제조사가 선제적으로 무상수리를 결정한 사례도 있다. 작년 3월 출시한 '말리부 디젤'에서 시동꺼짐 하자가 집중 발견된 한국지엠(대표 세르지오 호샤)은 그 해 7월 무상수리를 결정했다.



당시 말리부 디젤은 주행도중 안전을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시동이 꺼지도록 소프트웨어를 설정했는데 독일산 엔진이 탑재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주행 패턴과 달라 의도하지 않게 시동꺼짐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지엠 측은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고 2015년형 말리부에도 개선된 소프트웨어를 적용시켜 현재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동꺼짐 문제는 하자가 발견된 부위도 다양하고 간헐적으로 발생해 복잡한 문제다"면서 "일부 제조사들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점도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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