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기약을 먹은 뒤 부작용으로 양 눈이 실명되고 심한 피부질환을 동반한 '스티븐존슨 증후군'으로 한 여성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국내에서 매년 1천명 가량이 이 병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9년부터 올해 3월까지 3천명에 육박하는 환자가 병의원을 찾았고, 이 가운데 10대 연령층이 40~50대 못지 않게 스티븐존슨증후군 관련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마이경제신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최근 3년간 스티븐존슨증후군 관련 진료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
스티븐존슨증후군은 피부가 녹아내려 심하면 실명될 수 있는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현재까지 발병기전이 규명되지 않아 희귀난치병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근이완제, 항경련제 등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뿐 아니라 아세트아미노펜 등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감기약으로도 인구 100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병은 다양한 모양의 수포성 홍반이 특징적으로 주상병소분류코드는 L51.1이다. 약국을 제외하고 병의원 입원 및 외래 환자를 기준으로 건강보험 급여실적(의료급여 및 비급여 제외)을 토대로 했을 때 스티븐존슨증후군 진료환자는 최근 3년간 3천명에 달한다.
각 연도말 연령기준 스티븐존슨증후군 수진인원(수진기준)은 2009년 1천116명, 2010년 953명, 2011년 1천4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에 2011년 6월 급여 지급분을 반영한 것. 또 2011년은 올 3월 지급분까지 포함된 수치다.
입원 및 외래 진료로 중복된 인원을 제외하면, 지난 3년 동안 40~50대 환자 941명이 스티븐존슨증후군 증세 등으로 진료를 받았다. 그 뒤를 이어 10대(1~19세) 환자 479명이 가장 많이 스티븐존슨증후군을 호소하거나 증세를 보였다.
10대에 이어 30대(421명), 20대(343명), 60대(341명), 70대(267명), 80대 이상(95명) 고령층 순으로 스티븐존슨증후군 진료사례가 많았다.
건보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측은 "단 이번 통계자료는 요양기관에서 환자진료 중 진단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호소 및 증세 등에 따라 일차 진단명을 부여하고 청구한 내역중 주진단명 기준으로 발췌한 것이므로 최종 확정된 질병과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존슨증후군은 흔하게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지만, 일단 발병하면 최악의 경우 양눈이 실명되는 등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진통제, 감기약 등으로도 이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약물을 복용한 뒤 고열 발적 등 초기증상이 생길 경우 즉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등이 들어간 일반의약품 중 일부는 스티븐존슨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부작용설명서(사용상 주의사항)에 명확히 표시되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유경숙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 100% 단일성분으로 스티븐존슨증후군 등 치명적인 부작용에 대하 경고문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며 "특히 아세트아미노펜 등 혼합제제 일부 제품은 정부의 규제나 확인이 미흡한 사이에 위험성에 대한 경고문구가 명확히 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사무국장은 또 "스티븐존슨증후군은 해열진통제, 근이완제, 항경련제, 항간질제, 향정신성의약품 등 1700여가지 약물이 유발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일반의약품 가운데 약국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등이 대표적인 약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부산에 사는 한 여성은 약국에서 I제약사의 감기약을 사먹은 뒤 실명되고 피부가 녹아내리는 부작용을 겪었다며 제약사와 병원등을 상대로 5억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