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서 판매된 음식을 먹고 난 후 이상 증세로 병원을 찾아 식중독 진단을 받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없어 난감해 하는 소비자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업체 측은 자사의 음식으로 인해 식중독에 걸렸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요구하지만 의사가 환자에게 발생한 식중독 원인균까지 찾아내는 것은 거의 사례가 없다.
소비자들은 식중독의 인과관계를 밝힌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허울뿐인 보상규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음식이 변질된 지 모르고 먹은 후에는 문제가 된 식품에 대한 성분조사가 어려울뿐더러 환자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에서 구토물 등 가검물(병균의 유무를 검사하기 위해 거두는 환자의 구토물, 배설물, 혈액 등)을 일일이 채취해 균을 출처를 밝혀내는 것은 더욱 가능하지 않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이와 관련 피자헛,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파파존스, 맥도날드, KFC, 버거킹, 롯데리아, BBQ치킨 등 외식업체에대한 불만제보와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소비자는 “업체 측에서 식중독을 일으킨 고객에게 보상을 해줬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비현실적인 보상규정을 두고 말로만 소비자 권리를 외치는 꼴”이라며 비난했다.
◆ 실효성 없는 보상규정에 소비자는 한숨만
9일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오 모(여.31세)씨에 따르면 그는 최근 맥도날드에서 맥머핀 세트 3개를 구입해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함께 각각 2개, 1개를 먹었다.
그러나 음식을 먹고 난 약 40분 후 갑자기 심한 복통이 찾아왔고 12시간 가까이 복통과 설사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물 외 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같은 증세를 겪었다는 오 씨 부부.
맥머핀을 구입한 지점에 상황을 전했지만 실효성이 없는 보상규정을 늘어놓는 업체 측의 답변이 기막힐 뿐이었다는 게 오 씨의 설명. 정확히 ‘맥도날드 음식을 먹고 탈이 났다’는 의사의 진단서가 있어야만 환불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
오 씨는 “의사가 진단서 작성 시 ‘음식에 의한 식중독’이라는 내용 외에 특정음식을 거론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객을 사기꾼으로 취급하고 자기네들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기에 급급하다”며 혀를 찼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 관계자는 “의학적 소견이 없이는 자사의 음식에 이상이 있었다는 것을 알 길이 없기 때문에 증빙을 위한 진단서를 요청한 상태”라며 “매장에서 철저하게 식품위생관리를 하고 있고 동시간대 판매됐던 제품을 구입한 다른 고객들로부터 동일한 민원이 발생되지 않아 정확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 식중독 보상 받으려면 국과수 수준 검사받아야?
인천 남구에 사는 김 모(남.39세)씨 역시 서류상 입증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보상을 거부당했다.
얼마 전 김 씨 가족들은 피자헛 매장에서 피자와 스파게티, 샐러드 등을 먹은 후 소화불량과 구토, 설사로 인한 탈수 등을 경험했다.
가족구성원 6명 모두가 진찰을 받은 결과 식중독 범주 안에 드는 ‘질병코드 A04, 세균성 장 감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이 같은 사실을 매장에 알리자 점장은 보상을 위해 ‘확정진단서’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고.
그러나 직접 병원에 들려 확정 진단서를 수령해간 점장은 확정진단서에 가검물 검사 결과가 빠져 있어 식중독 발생원인을 입증할 수 없다며 보상을 거절했다.
김 씨는 “‘확정진단서’도 점장이 병원을 방문해 직접 떼어가 놓고 입원한지 일주일이나 지난 시점에서 가검물 검사가 빠졌다며 보상을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김 씨 가족를 진료했던 담당의사는 "'확정진단서'는 대형 종합병원에서도 발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짧게 답했다.
이에 대해 피자헛 관계자는 “‘확정진단서’를 특별히 지정해 요청했던 이유가 가검물 검사 결과를 얻기 위해서였다. 본사의 방침대로 보험처리에 필요한 서류를 요구했던 것 뿐”이라고 답했다.
◆ 나들이철 집단 발병 위험도 증가...식약청 이동식 검사차량 운영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계절에는 식중독 예방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최근 식중독 환자는 2009년 3천259명, 2010년 3천2명, 지난해 2천117명 등이 발생했으며 이 중 44%가 나들이철인 4~6월에 집중됐다.
식중독은 원인 물질에 따라 잠복기와 증상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음식물 섭취 후 72시간 이내에 구토, 설사, 복통, 발열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그러나 심할 경우에는 체내 전해질 이상과 극도의 탈수를 유발해 뇌 기능장애, 뇌막염 등으로 이어질 수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 조기치료가 필수적이다.
식약청은 지난 3월부터 실시간유전자증폭기를 이용해 식중독균(16종)을 4시간에 동시분석 할 수 있는 ‘이동식 식중독 신속검사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식약청 본청과 부산청, 경인청에서 총 3대가 운영 중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엑스포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장에서 식중독 의심환자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신속하게 규명하고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 차량도입의 취지”라며 “현재 50명이상이 모인 장소, 2개 이상의 시도에서 식중독이 발병한 경우 출동하는 것이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점차 차량 수를 확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지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