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원료의 비타민C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고려은단 조창현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싼 원료와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매출은 날개를 달고 있지만 반대로 영업이익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것.
고려은단은 최근 기존의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유명 걸그룹을 모델로 젊은 층을 겨냥한 막대한 광고까지 퍼부어 최근 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고려은단의 2010년 매출은 전년대비 2.3% 소폭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작년에는 성장폭이 20.6%로 훌쩍 뛰었다. 작년 매출액은 328억원으로 집계됐다.
고려은단의 이 같은 매출 상승세는 ‘고려은단 비타민C 1000’, ‘비타플렉스’ 등 효자상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고려은단 비타민C 1000’은 지난 2월 누적 판매량 30억정을 돌파하는 등 매해 평균 20% 상승률을 기록하며 매출 증가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영업이익은 역주행을 하며 매출 성장세를 무색케 하고 있다. 2009년 5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0년 27억원, 작년 말 12억원까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순이익도 2009년 50억원에서 작년 말 13억원까지 추락했다. 2009년 20%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률도 작년 말 3.7% 한 자릿수대로 쪼그라들었다.
고려은단의 이 같은 허약한 내실은 높은 원료가격과 광고선전비 등 판관비 지출 증가가 주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은단 관계자는 “영국 DSM사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프리미엄 비타민C 원료는 기존 비타민C 원료 가격의 2.5배 이상”이라며 “원료 가격 비중이 매출액의 40~50%를 차지하고 있어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2009년 7월 세계적 비타민 원료 생산업체인 영국 DSM사와 원료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맺은 고려은단은 비타민 전 제품에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선전비도 최근 3년간 매해 평균 3배씩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 걸그룹 씨스타와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하며 젊은층 공략에 나선 고려은단은 2009년 4억원이었던 광고선전비가 이듬해인 2010년 12억원으로 전년대비 3배 늘었고 작년 말 다시 전년대비 4배 늘어나며 50억원에 육박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유동비율, 당좌비율, 부채비율 등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항목이 모두 악화됐다.
기업의 재무유동성을 나타나는 대표적 지표인 유동비율은 2010년 말 118.6%에서 2011년 말 99.3%로 떨어졌다. 유동비율의 보조비율로써 기업의 단기채무능력을 평가하는 당좌비율도 2010년 말 71.7%에서 작년 말 기준 49.6%를 기록했다. 기업의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은 일반적으로 각각 150%, 100% 이상일 경우 양호하게 평가하고 있다.
2010년 말 14억원이었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2011년 말 3억원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손에 쥔 돈은 줄어든 반면 창고에 쌓인 재고는 늘어났다. 2010년 말 14억원이었던 재고자산은 2011년 말 68억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부채비율은 2010년 말 90.3%에서 작년 말 97.3%로 높아졌으나 그나마 안정권에 있다.
재무건전성과 영업이익 등 전반적인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고려은단은 이를 감수하더라도 시장 입지를 넓히는데 주력하겠다며 작년 7월 DSM사와의 계약을 2년 연장했다.
고려은단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원료는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며 “올해는 판관비나 광고비의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익성 타개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46년 설립된 고려은단은 은단을 비롯한 비타민C 등 의약품, 건강식품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창업주 조규철 회장의 아들 조창현 회장이 2세경영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고려은단 지분율 100%(2만7천790주)를 보유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수영 기자]


